미국 차기 행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는 대신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형성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힘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관세 인상을 전면에 내세우면 대중 견제에 초점을 둔 한국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통상 변화의 '리트머스지'로 보는 IRA와 칩스법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통상무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중국을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친환경 산업과 첨단산업 육성을 내세워 IRA와 칩스법을 도입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사실상 철회를 공약한 IRA나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른 보조금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 벨트’에서 많이 이뤄졌다”며 “보조금 철회로 다른 나라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멈추면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받는 주의 경제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해당 주의 상·하원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IRA와 칩스법의 지원에 따라 미국에 설비 투자를 벌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약 10조원을 들여 조지아주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60조원가량을 투자해 2030년까지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그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를 거스를 수 없는 시장 상황이 IRA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본부장은 “전기차와 배터리, 수소,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커진데다 탄소국경제도(CBAM) 같은 친환경 규제가 그대로 갈 것”이라며 “IRA가 표면적으로는 후퇴하는 듯 보이겠지만 폐지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중국 배제' 기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실행해온 한국 기업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같은 무역 장벽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와 반도체법에 맞춰서 보조금을 수령하고 밸류체인에서 중국산을 배제하는 기조에 맞춰 준비해왔다”며 “변화 자체가 추가 투자와 전략 선회를 요구할 것이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관세를 대놓고 부과하면 다른 주요 국가들도 관세 전쟁에 참여해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고관세율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