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달러 환율상승이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산업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주요기업들의 판매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상승이 더해지면서 환율 및 재고증가에 부담을 느낀 산업체들이 고용축소 및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공장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라인 가동률을 20% 정도 하향 조정했고,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석유화화기업들도 감산에 나섰다. 포스코도 생산되는 철강재들이 제철소 인근 야적장에 적재되면서 보유재고량이 급격하고 늘어나고 있다.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공장가동률 하향조정 및 감산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재고량이 높아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조정에 나서기 곤란해서다. 특히 환율변동에 앞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이미 감소한 상황이라 쌓이는 재고자산의 처리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산업계와 노동계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재고자산이 늘어나게 되면 생산라인을 줄일 수밖에 없어 결국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같은 모습은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다. 이전까지는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수출이 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인력 충원에 나서면서 고용시장도 좋아지는 것이 산업계의 일반적인 패턴 이였다.
그러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에 앞장서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졌다. 이에 투자자들이 투자 대신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됐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원·달러 환율상승이 과거처럼 수출물량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되레 가격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화에 따라 해외에서 원료 및 원자재를 들여오면서 생산원가는 높아지고 판매가격은 그대로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환율상승에 앞서 진행된 금리인상도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금융권도 금리인상에 나섰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감소한 것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비자들은 금리인상으로 인해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재고량이 늘고, 이것이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인력 채용계획을 줄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내년으로 미룬다고 밝혔다. 감산엔 나선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경우 재무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가전 라인의 가동률 축소에 돌입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라인 가동률을 줄이는 만큼 인력이 운용에 여유가 생기게 돼 신규 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의 환율상승세가 지속되는 경우다. 환율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초기에는 가동률 조정 등의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인력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짙은 상황에서 환율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판매가격 인상이나 생산량 감축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 기간이 길어질 경우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