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공화당 상원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료 공화당 상원 후보들을 크게 앞서고 있어 공화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특히, 오하이오주에서는 트럼프가 51.5%의 지지율을 보이지만, 공화당 상원 후보인 버니 모레노는 42.8%에 그쳐 8.7%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인다. 이 현상은 다른 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가장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위스콘신주에서도 트럼프가 에릭 호브데 후보를 2.2%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는 대선과 상원 선거 간 연동이 약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분할 투표 귀환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는 미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현상으로,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의회 선거에서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변화는 향후 행정부와 의회 간의 관계, 나아가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화당 상원 후보들의 부진 원인으로는 낮은 인지도와 자금 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로 '트럼프 요인'이 지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을 넘어 폭넓은 유권자층에 호소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공화당 후보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은 공화당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의 선례를 따라 노동계급을 포함한 더 넓은 유권자층에 호소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전략이 효과를 보는 사례도 있어, 공화당은 각 주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짙은 파란색의 주에서 트럼프를 거의 10포인트 앞서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편, 민주당 진영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소속 당 상원 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선전하고 있다. 상원 경합이 치열한 5개 격전지 중 4개 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소속 공화당 후보를 1~2포인트 차이로 뒤쫓고 있으며, 미시간주에서는 엘리사 슬로킨 하원의원을 1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나타난 변화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의회 구도와 정책 결정 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몬태나를 차지해 상원에서 51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상원에서 공화당이 소수당에 머무르면, 이는 행정부와 의회 간의 새로운 역학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 상황은 경제와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할 정부 구도는 때로 정책 교착 상태를 야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급격한 정책 변화를 막아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진영은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원 후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공화당 상원 위원회(NRSC) 대변인 마이크 버그는 "민주당 현직 의원들은 자신의 이름 ID와 민주당 득표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이것이 그들이 카멀라 해리스의 투표 번호와 일치하는 이유"라며 "우리는 이미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고 있으며, 앞으로 5주 동안 긍정적인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 진영은 이를 기회로 삼아 상원 후보들과의 공동 유세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선과 상원 선거의 연동 약화, 분할 투표의 귀환 등은 미국 정치 지형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의 정책 결정과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