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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50억원 주식 고수'?…페북·인스타 삼킨 사칭 광고

기업인·정치인·대통령까지…'소셜 미디어 보이스피싱' 범람
개인정보위·방통위 대응 나섰지만…'플랫폼 차원 협조 절실'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11-05 10:07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게시된 광고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의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 사진=인스타그램·페이스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게시된 광고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의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 사진=인스타그램·페이스북 캡처

"30대의 나이에 투자로 50억원을 쌓아 올린 이재용입니다."
"챗GPT와 함께 자동 주식 투자로 한 달에 3000만원 수익 창출!"
"케임브리지대학의 전문성으로 투자 수익을 거둔 장하준 교수입니다."
"투자로 돈을 번 백종원이에요. 1억8000만위안(약 320억원) 기부합니다."
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이와 같은 광고 게시글들이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본인이나 챗GPT 운영사 오픈AI와 아무런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칭 광고'다.

재계 인사 뿐 아니라 정계 인사들까지도 이러한 '사칭 광고'의 타깃이 됐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도용한 이는 물론, 아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 배달을 한다'며 그의 사진까지 활용한 '간 큰 사칭범'도 눈에 띄었다.

열린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또한 이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11월 2일 "경찰에 고소장을 처음 제출한 지 3주가 흘렀지만 사칭 광고가 버젓이 내걸려 있다"고 성토했다.
주 전 대표는 "사이버범죄 신고센터에선 '법적으로 이러한 사칭을 처벌할 법이 없다'는 대답이 나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며 "담당자에게 물으니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잡기 어렵다', '페이스북은 외국 회사여서 협조가 안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한 페이스북 사칭 광고들. 사진=페이스북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한 페이스북 사칭 광고들. 사진=페이스북 캡처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게시물들은 흔히 '온라인 주식 리딩방' 등으로 네티즌을 유인,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자금 탈취 등을 시도한다. 전화 음성이 아닌 소셜 미디어 텍스트를 활용한 일종의 '보이스피싱'이다.

사칭 광고가 성행함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지난달 26일 "메타 등 주요 소셜 미디어 사업자에게 신고 절 차 안내, 사칭 계정 통제 장치 운영 강화 등을 긴급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또한 같은 날 "유명인 사칭 게시물 등을 게재하는 계정 6건을 파악, 3개 계정의 이용해지와 3개 계정의 서비스 접속차단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 기관의 대응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살포'되다시피 하는 사칭 광고의 속도를 따라잡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사칭 광고를 게재한 계정을 확인해본 결과 소재지가 중국 등 해외로 명시, 국내 법망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일부 광고는 노골적인 투자 광고 대신 '투자 정보를 담은 책을 편찬했다', '돈을 기부한다'는 등의 모호한 표현을 통해 금융 사기를 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사칭 광고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검토해보고 있으나 약간의 한계가 있다"고 발언했다.

고학수 개인정보호위원장이 10월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NATV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고학수 개인정보호위원장이 10월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NATV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메타 측은 이러한 가짜·사칭 광고 범람에 대해 "타인을 사칭한 계정은 당사 커뮤니티 정책 상 금지된다", "별도 인력과 기술을 투입해 지속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한국을 넘어 타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어 '원론적 답변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는 지난해 3월 메타를 상대로 호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유명인사들의 이미지를 도용해 그 정체가 불분명한 암호화폐 투자 등을 유도하는 광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의 시스템을 활용한 광고를 방조한 메타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태국의 차이우트 타나카마누손(Chaiwut Thanakamanusorn) 디지털 경제사회부 장관 역시 올 8월 21일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사칭 광고에 속아 투자 피해를 입었다"며 "당국은 현재 5300개 이상의 사기 광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폐쇄 요청까지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저작권 보호 서비스 전문 제공사 레드 포인트(Red Points)는 "소셜 미디어 사칭 광고들이 1차 피해는 물론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마저 훼손하고 있다"며 "범죄자 본인이 잡히지 않는 이상 이를 사전 방지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관련 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 이용자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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