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영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적 퇴치라는 명분 아래 군사력을 투사하면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해군력을 과시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라고 29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중국 해군의 구축함 난닝, 호위함 산야, 보급선 웨이산후가 가봉에 기항해 현지 해군과 합동훈련을 했다. 중국 해군은 가봉 호위함의 장비를 수리하고, 무기 운용법 교육과 대테러·해적 퇴치 훈련을 함께 진행했다. 이는 중국 해군이 세네갈에서 앙골라까지 이어지는 5,700km의 기니만 연안국들을 순방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기니만은 중요한 해상무역로이자 석유가 풍부한 지역이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군사 개입을 확대하고, 정기적인 기항과 합동훈련을 하며, 연안국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있다. 특히 2017년 이후 서아프리카에서의 합동 해군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국방대학교 아프리카전략연구소의 폴 난툴랴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기니만을 해군력 투사 능력을 시험하고 개발하는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은 해적 공격과 납치가 빈번히 발생하는 위험 지역으로, 중국은 이를 자국의 이익과 국민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해군력을 시험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군사적 개입 확대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서아프리카는 중국의 아프리카 항구 개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33개의 항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는 남부 아프리카(5개), 북아프리카(4개), 동아프리카(17개) 등 다른 지역을 크게 앞서는 규모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신 교수는 "중국의 기니만 개입은 자국 이익 보호와 함께 아프리카 정부들의 환영을 받는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은 중국으로부터 해군 순찰선을 받아 불법 조업과 해적 퇴치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도 기니가 중국과 조선 프로젝트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초 상하이에서는 18개국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해양안보 포럼이 개최됐다. 여기서는 해적, 밀수, 불법 조업 등 해양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의 프랑수아 브리 교수는 "기니만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중국이 특히 앙골라 등 주요 산유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곳"이라며 "중국의 해양안보 제공자 역할 확대는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이 지역에서 해양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기니만 해군력 확대가 한국 해군의 해외 전략거점 확보 필요성을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양안보 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은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주요 해상교통로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며 "경제 협력과 연계한 해군력 전진 배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안보 전문가는 "중국이 해적 퇴치를 명분으로 전략적 요충지에 해군력을 투사하는 것처럼, 한국도 국제 공조를 통한 해양안보 기여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력을 활용한 해외 협력 확대를 제안한다. 한 국방학술기관 연구원은 "세계적 수준의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해군력 전진 배치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