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 제로 에미션 커뮤니티(AZEC)'를 통해 아시아 탈탄소화를 주도하려 하지만, 중국과의 협력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양국 간 힘의 균형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한다고 2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경제산업성은 최근 2040년까지의 에너지 믹스 로드맵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40%에서 50%, 원자력 20%, 화력 30%에서 40%를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은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의 균형을 강조한다.
AZEC는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제안한 이니셔티브로, 일본, 호주, 아세안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과 유사한 에너지·탈탄소화 과제에 직면한 일본은 이를 통해 역내 리더십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 아세안의 탈탄소화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일본 기업 해외 자회사의 30%가 위치한 아세안은 핵심 공급망이자, 2050년까지 3~5.3조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기회가 예상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참여 문제가 쟁점이다. 전 세계 CO2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은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에서 글로벌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참여가 AZEC의 효과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양국이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6년 시작된 양자 포럼과 2018년 출범한 일·중 제3국 시장협력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AZEC의 성공시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개입을 모색하거나 경쟁 프레임워크를 출범시킬 가능성을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파리 협정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탈탄소화 이니셔티브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아시아 탈탄소화 전략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에너지 믹스의 장기 로드맵 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원자력, 화력의 비중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처럼, 한국도 명확한 에너지 전환 목표와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둘째,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탈탄소화 과정에서 3~5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이 AZEC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기존의 협력 채널은 유지하는 것처럼, 한국도 탈탄소화 분야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은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과제에 대응하면서도,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과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