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4% 이상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는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6%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연금 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는 미국의 재정 위기가 악화하고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티로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보고서에서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내년 1분기에 먼저 5%에 도달한 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후세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감세를 단행하면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지속되고, 잠재적인 관세 및 이민 정책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를 돌파하면 6%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정치 전환기는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과 가파른 수익률 곡선에 대한 포지션을 잡을 기회"라고 지적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6%에 거래된 것은 지난 2000년이 마지막이었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미국의 재정 부담을 늘리려는 트럼프의 정책에 트레이더들이 대비하면서 미국 국채 가격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1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후 금리의 추가 하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연준의 성명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올해 초 4.74%까지 급등한 뒤 지난 8월에는 3.6% 내외로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뉴욕시장에서는 초반 4.443%까지 상승한 뒤 장 후반 1.4bp(0.014%) 내린 4.381%에 거래됐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후세인의 전망은 월가 다른 기관들의 시각에 비해 훨씬 더 비관적이다.
ING 그룹은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내년에 5~5.50%를 시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랭클린템플턴과 JP모건 자산운용은 10년물 수익률이 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후세인은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도 국채 전망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의 최다 보유국인 일본은 3분기에 사상 최대인 619억 달러의 국채를 매각했다. 또 다른 주요 보유국인 중국은 같은 기간에 사상 둘째로 큰 금액인 513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처분했다.
후세인은 "미국 국채가 다른 우량 선진국 국채, 심지어 일부 신흥국 국채보다도 변동성이 더 커져 일부 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서 이에 따라 미국 국채의 매력이 더욱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연준이 미국 경제를 연착륙으로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