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 부회장이 ‘기술 격차’를 내세워 HD한국조선해양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발(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친환경 선박과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아비커스를 벤처기업으로 독립시켜 자율운항 기술과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과 컨비온 등을 인수해 선박엔진과 연료전지 핵심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들은 중국발 공세에도 올해 1~11월 잠정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일제히 상승했다고 17일 공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23.5% 증가한 13조1415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는 각각 3조9661억원과 6조3434억원으로 9.9%, 17.3% 늘었다. 같은 기간 3사의 수주 실적은 2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지만 연간 목표치를 52.1% 초과 달성했다.
연간 실적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5조3495억원과 1조4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03%, 403.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실적 상승세는 HD현대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 덕분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중국 조선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기술을 내세웠다. 당장은 에너지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해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수주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의 신조선 건조 확대 경향 속에서 고품질 선박 엔진에서 기회를 찾았다. 북미 지역 해군의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자율운항·연료전지 선박 같은 데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에서 비롯된 자신감은 13일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반영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연간 평균 12.7%씩 성장해 2027년까지 매출을 34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2% 선을 넘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 수석 부회장이 HD현대의 핵심 과제를 챙길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친환경·디지털 기술 혁신 등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