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최대 20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함에 따라 멕시코의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기아차 등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이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각) 멕시코자동차산업협회(MAIA)의 통계를 인용해 현재 멕시코가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 포드, 닛산, 쉐보레 등이 연간 300만 대가량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고, 이 중 200만 대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멕시코가 글로벌 자동차 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했으나 이제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10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함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 체결한 북미 3국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월경과 마약 반입을 차단하지 않으면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산 전기차 등에는 200%까지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했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는 오는 2026년 USMCA 이행사항 검토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USMCA 재협상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세 나라가 합의하지 않으면 이 협정이 폐기될 수도 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에서 인기 차종인 포드 매버릭 픽업트럭, 쉐보레 이쿼녹스, 램 트럭 등의 가격이 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율의 관세로 인해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고, 멕시코가 대량 실업과 금융 혼란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나 일단 이 계획을 유보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기아차·포스코인터내셔널 등 2000여 개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멕시코에 들어간 국내 기업은 완성차나 자동차 부품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연간 260만 대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국내 완성차·부품사들이 앞다퉈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K3 등을 멕시코 누에보레온 공장에서 만든다. 기아의 멕시코 공장 투자 규모는 지난해 178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750% 넘게 증가한 것이다.
USMC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2020년 발효됐다. USMCA는 6년마다 협정 이행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고, 오는 2026년에 첫 시점이 도래한다. 현 USMCA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해 무관세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부상한 비야디(BYD)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BYD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면 USMC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