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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기후기술 스타트업, '윈윈 동맹' 가속화

연간 1조 달러 글로벌 국방시장이 그린테크 혁신 이끈다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0-23 14:43

미국 국방부와 기후 기술 스타트업 협력 본격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방부와 기후 기술 스타트업 협력 본격화. 사진=로이터

미국 국방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혁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간 165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단일 에너지 소비기관인 국방부가 기후기술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벤처 투자 침체기를 겪고 있는 혁신 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최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국방예산은 2.3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약 45%인 1조 달러가 장비 도입과 연구개발(R&D) 예산이다. 블룸버그 NEF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기후 기술 스타트업이 약 3500개에 달하며, 누적 투자금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CIA의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인큐텔(In-Q-Tel)은 기후기술 분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22~2024년 전체 투자의 28.4%를 기후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 3년의 9.6%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의 전력망 공격으로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연료 수송대 피해는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미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연료 수송 작전 중 3,000명 이상의 미군 병사와 계약업체가 사망했다. 평균적으로 24대의 연료 수송대당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화석연료 의존도는 전략적 취약점으로 작용했다. 장거리 수송이 필요한 연료 보급선은 적의 공격에 취약했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투입된 병력도 위험에 노출됐다. 연료 수송대는 이동 경로가 제한적이고 예측 가능하여 적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이러한 경험은 국방부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현장에서 수소나 태양광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면 위험한 연료 수송 작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럭스캐피털의 빌랄 주베리는 "현장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연료 차량을 운용할 수 있다면, 전쟁 지역을 가로질러 운송해야 하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어 국방부는 그 대가로 3배에서 10배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장에서의 직접적인 인명 피해 경험은 국방부가 기후기술을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전략적 필수 요소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협력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국방부와 기후기술 스타트업 간의 협력은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대표적으로 에어컴퍼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트 연료를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미 공군과 6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이 실전 배치되면 전투기와 수송기의 연료를 현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어 보급선의 취약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소 분야에서는 베른이 주목받고 있다. 원래 상용 트럭용 수소연료 시스템을 개발하던 이 회사는 육군과 24만8000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현장 수소 생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전방 기지에서 직접 수소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해 연료 보급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는 조비항공과 아처항공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저소음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개발 중이며, 공군은 이를 특수작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추진 방식은 기존 항공기보다 열 신호가 작아 적의 탐지를 피하는 데 유리하다.

지열발전 분야의 퍼보에너지와 세이지지오시스템즈는 군사기지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세이지지오시스템즈는 텍사스 주 코퍼스 크리스티 해군기지에서 지열발전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며, 성공시 전국의 군사기지로 확대될 전망이다.

배터리 기술도 주목받는 분야다. 사우스8테크놀로지스는 극한의 기후조건에서도 작동하는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해 육군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배터리는 자체 소화 능력도 갖춰 전투 상황에서의 안전성을 높였다.

더불어 리틀 플레이스 랩스는 지구관측 기술로 해군의 해양감시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세일드론은 무인함정을 활용한 해상감시 시스템을 이란 인근 해역에 실전 배치했다. 더 베터 미트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단백질로 군 식량 공급망의 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협력 사례는 국방부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기후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를 가속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협력이 양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군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충족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국방부는 첨단 민간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 작전능력을 향상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후기술의 군사화 외에도, 국방부의 과도한 영향력이 민간 기술 혁신의 방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방부 특유의 보안요구가 기술 공유와 확산을 제한할 수 있고, 군수산업 특유의 폐쇄성이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력이 기후기술 혁신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방부의 대규모 구매력과 실증기회 제공은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넷과 GPS처럼 군사기술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스핀오프'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국방부의 2024년 예산은 약 65조 원으로, 이 중 방위력개선비가 약 21조 원이다. 세계 6위의 국방비와 세계적 수준의 기후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려할 때, 양자 간 협력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한미동맹 차원의 기회도 열릴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동맹국들과의 기후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군과 민간의 혁신적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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