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해마다 계속되던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가 올해는 잠잠하다. 사실상 정치 공백 상태가 되면서 정부의 인사개입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틈에 주요 금융사들은 내부 출신을 기용하면서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뿐 아니라 주요 금융기관 인사도 관치 색이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정부 내 인사도 혼란이 계속되는 등 금융권 인사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
정부 추천 인사가 어려워지면서 현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장 연임에 대한 규제는 없다. 지금까지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서 저축은행중앙회의 회장 연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권은 업황 악화와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새 인물이 저축은행장에 도전하기는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다. 또 오 회장이 업계에 대해 잘 아는 내부출신이라는 점과 업계 지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 회장은 취임 당시 공약으로 연봉 50% 삭감을 내걸었으며 실제로 취임 이후 약 3년간 임금의 50%만 수령하는 등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인 지난 14일 가결되긴 했으나 아직 탄핵심판 등 탄핵이 최종 결정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다. 업계서는 내년 4월 전까지 선고가 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말 금융지주 인사에서는 유난히 내부 출신 대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4대금융 지주 연말 인사에서는 신한은행만 빼고 모두 은행장이 교체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진옥동 회장의 최측근 알려진 정상혁 은행장이 파격적으로 2년의 추가 임기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은 지난달 계열사대표이사후보천위원회(대추위)에서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새 KB국민은행장으로 선출했다. 공석이 된 KB라이프 대표 자리엔 정문철 부행장이 내정됐다.
하나은행에서도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하나은행장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비은행 계열사 대표가 은행 행장으로 올라서는 일이 매우 이례적인 만큼 이번 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의 내부통제력 강화 성격의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NH농협금융에서도 차기 회장과 은행장 모두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