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사태는 하원 중요성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 바 있다.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부 기능 마비 직전까지 갔던 사건은 하원이 미국 정치의 핵심 축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11월 5일 하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여야의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2석을 차지한 가운데 양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초당적 선거 분석 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와 최신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하원 선거 판세는 매우 접전 양상을 보인다. 공화당이 201석, 민주당이 192석을 확보한 가운데 42개 선거구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중 20개 선거구는 초접전 지역으로, 나머지 22개 선거구는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2년 전 공화당이 선전했던 뉴욕과 캘리포니아, 그리고 아이오와 등이 격전지로 꼽힌다. 지리적으로는 동부와 서부 해안, 중서부 일부 지역은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공화당 강세가 두드러진다.
낙태권, 경제, 이민 등 핵심 이슈를 둘러싼 유권자들의 관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문제, 범죄, 국경 관리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 법안 통과 등 입법 성과를 내세우며 낙태권 보호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당 모두 자금력과 조직력을 총동원해 유권자 설득에 나서고 있다. 현재의 접전 양상을 고려할 때, 최종 결과는 경합 지역의 승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원 선거 결과는 향후 2년간 미국 정책 방향과 국정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원은 예산안 심의와 법안 발의, 대통령 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대선 이후 새 행정부 출범 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될 경우,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국정 마비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의 대내외 정책 방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증세와 정부 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민주당이 승리하면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 안전망 강화 정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외 정책에서도 대중국 강경책이나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견해차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기후 변화 대응과 친환경 정책 강화로 한국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지속적인 이행으로 한국 친환경 기술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공화당이 우세할 경우, 대중국 견제 정책이 더욱 강화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재정 지출 축소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한국의 대미 수출 기업에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회와 위협이 공존할 전망이다. 미국 내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기회가 있는 반면, 기술 경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정책 측면에서도 선거 결과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다. 공화당 승리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수 있어 한국 수출 기업의 대응이 요구된다. 반면, 민주당이 우세할 경우 다자간 무역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반면, 공화당은 전통적 에너지 산업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에너지 믹스의 변화가 예상된다.
하원 선거는 단순한 의석수 싸움을 넘어 미국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초당적 협력을 통한 국정 운영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리고 그에 따른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