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용 시장이 급랭함에 따라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올지, 아니면 소프트 패치에 그칠지 월가가 주목한다. 미국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경착륙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렇지만,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낮추는 '피벗(정책 전환)'에 나서면 급속한 경기 하강을 막을 수 있어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반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일 “연준이 좀 더 일찍 금리 인하를 서둘렀어야 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8월과 10월에는 FOMC 회의가 열리지 않기에 이런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연준이 예정에 없는 FOMC 회의를 개최할 수는 있지만, 이는 경제 비상사태 등에 대비한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서는 이제 연준이 9월에 금리 인하 폭을 통상적인 0.25% 포인트가 아니라 0.5% 포인트 내리는 ‘빅스텝’ 조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회의에서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70%를 넘었다고 WSJ이 전했다. 미국의 7월 고용 지표가 나오기 전에는 그 확률이 15%가량에 그쳤었다.
WSJ은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있으나 미국 경제 전체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에 달했고, 7월 실업률 4.3%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성장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기 후퇴를 뜻하는 소프트 패치 상태인지, 아니면 실제로 경기 침체에 빠질지는 향후 연준의 통화 정책에 달려 있다고 이 매체가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기자 회견에서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2년 전에 7.1%를 기록했으나 이제 지난 6월에 2.5%로 내려왔다. 실업률은 올해 초 3.7%였다가 6월에 4.1%로 올라갔고, 7월에 다시 4.3%로 뛰었다.
AP 통신은 이날 “실업률 상승으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를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도했다. AP는 “금융 시장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패닉에 빠졌다”면서 “그렇지만, 이것은 잘못 울린 경보음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지난 2~3년 사이에 미국의 경기 침체 경보가 몇 차례 울렸지만, 한 번도 현실로 나타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올라간 데는 허리케인 베릴로 인한 텍사스 지역 경제 마비, 팬데믹 이후 신규 구직자 증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 취업 외국인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AP가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이 경기 둔화를 예상해 해고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
미 노동부는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 4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 폭 21만 5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5월 고용 증가 폭은 21만 8000명에서 21만 6000명으로 2000명 하향 조정됐고, 6월 고용 증가 폭은 20만 6000명에서 17만 9000명으로 2만 7000명 하향 조정됐다.
7월 실업률은 4.3%로 6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2021년 10월(4.5%)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6%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