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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디어 무기 수출국...한국 제치고 호주에 1조 엔(10조 원) 규모 최신예 함정 수출

과거 실패 교훈 삼아 '맞춤형 전략'…독일과 경합 끝 쾌거
미·일·호 3각 안보협력 강화…인도·태평양 억지력 상징으로
일본이 호주에 수출하는 '모가미'급 호위함의 2번함인 '구마노'가 지난 4월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해 있다. 일본 정부는 '모가미'급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1조 엔 규모의 이번 수출을 성사시키며, 미·일·호 3각 안보 협력 강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사진=해상자위대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호주에 수출하는 '모가미'급 호위함의 2번함인 '구마노'가 지난 4월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해 있다. 일본 정부는 '모가미'급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1조 엔 규모의 이번 수출을 성사시키며, 미·일·호 3각 안보 협력 강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사진=해상자위대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자국산 '모가미'급 함정 수출에 성공하며 방산 수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닛케이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호주 해군의 차기 호위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과 치열한 경합 끝에 자국 최신예 '모가미'급 호위함을 공급한다. 총사업비가 1조 엔(약 100억 호주 달러)에 이르는 이번 계약은 과거 수출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상대국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전략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호주 함정 수출로 일본은 앞으로 국제 방산 시장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주 정부는 차기 호위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 개량형과 독일산 함정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가격 면에서는 독일 측 제안이 더 저렴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협력 강화를 중시하는 일본의 전략 가치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과거 실패 거울삼아…'가격' 열세 뒤집은 맞춤 전략


이번 수주 성공의 배경에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치밀한 '맞춤형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2010년대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 수출 의향에 늦게 대응해 프랑스에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당시의 패인을 분석해 이번에는 사업 초기부터 민관이 총력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일본 측의 제안은 다각적이었다. 기존 함정을 그대로 판매하는 대신, 호주 해군이 원하는 미국산 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는 '개량형' 공동 개발을 먼저 제안했다. 해상자위대의 연합 훈련 기회를 활용해 호주 측에 실제 '모가미'급 함정을 선보이며 성능을 직접 확인시켰고, 제조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호주 현지에 사무소를 열어 소통과 지원에 공을 들였다.

가격 경쟁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논리도 주효했다. '모가미'급은 첨단 자동화 체계를 통해 운용 인력이 기존 함정의 160명에 비해 약 40% 적은 90명에 불과하다. 일본 측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현대 해군의 운용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방위장비청과 미쓰비시 중공업 관계자는 "승조원을 줄일 수 있어 전체 생애주기 비용을 보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나아가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미 국방장관을 만나 미국산 무기 장착으로 미국에도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설명하며 지지를 끌어내는 외교 노력도 함께했다.

◇ 산업 생태계 복원 넘어 '대중국 견제' 3각 공조 강화


이번 수출은 일본 방위산업에 전례 없는 대규모 경험이자, 그간 자위대라는 단일 고객에 의존하며 성장에 한계를 보여온 일본 방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수출시장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수출의 의미는 산업적 측면을 넘어선다. 중국의 태평양 해양 진출에 맞서 미·일·호 3각 안보 협력을 다지는 상징적 조치로도 해석된다. '준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높인 일본과 호주의 협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양국이 같은 함정을 운용하게 되면 연합 훈련과 유지보수 협력이 긴밀해져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한 3국의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방위장비 수출 제한 완화 이후 처음으로 전투함 완제품 수출에 성공하며,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전략 파트너와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일본, 모가미급으로 '대박'


일본은 모가미급 호위함의 호주 수출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모가미급 12척과 이를 계량한 신형 호위함 1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호주는 안작급 노후 호위함 11척을 신형으로 교체할 예정인데 3척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3척은 호주에서 건조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모가미급을 30척 이상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모가미급은 다목적 호위함이다.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 모가미급은 길이 132.5m, 너비 16.3m, 흘수 9m에 기준배수량 3900t, 만재배수량 5500t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만'사의 디젤 엔진과 롤스로이스사의 가스터빈 엔진을 결합한 CODAG 추진체계를 채택해 최고속도가 시속 30노트를 넘는다.

함수에는 62구경장 5인치 MK45 모드 4함포 1문, 일본제강소의 12.7mm 원격조종 기관포 2문, 그 뒤에 각종 미사일을 수납한 16셀의 MK41 수직발사대 1기,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의 시램(SeaRAM) 함대공 미사일 발사대 1기, 미쓰비시중공업제 17형 대함미사일 8연장 발사대 1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17식 대함미사일은 12식을 개량한 것으로 최대 사거리가 400km에 이르는 장사정 미사일이다. 강력한 대잠전 능력도 갖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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