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유튜버(버튜버) 분야 '대장주'로 꼽히던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사 애니컬러(ANYCOLOR Inc.)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멤버 계약 해지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이 파트너사들과의 관계 악화, 주가 폭락 등으로 이어지자 대표이사가 영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타즈미 리쿠(田角陸) 애니컬러 대표는 13일, 회사의 영어권 버튜버 지부 '니지산지 EN(잉글리시)' 공식 유튜브 영상을 통해 "최근 있었던 여러 우려에 대해 말씀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 영상을 게재했다.
애니컬러는 버튜버 그룹 '니지산지'를 통해 세계적으로 170여 명의 버튜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2022년 6월 도쿄 증권거래소 3부 그로스 시장에 상장, 이듬해 6월에는 1부 프라임 시장으로 승격했다. '홀로라이브 프로덕션' 운영사 커버(Cover Corp.)와 더불어 유이한 버튜버 분야 상장사이자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힌다.
니지산지EN의 논란은 이달 5일, 애니컬러가 니지산지EN 멤버 '셀렌 타츠키'의 계약 해지를 발표하며 시작됐다. 타츠키는 2021년 7월 데뷔해 계약 해지 직전 8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모으는 등 인기를 끌고 있었으나, 계약 해지 2개월 전인 12월 말부터 사고로 인해 입원하여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애니컬러는 이날 오후 8시 경 "타츠키의 심각한 계약 위반 행위, 소셜 미디어 상에서 매니저와의 불화 거론, 콘텐츠 제작료 지불 지연 등 문제가 지속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는 발표와 함께 그녀의 유튜브와 X(트위터)를 즉시 비공개 처리했다. 기존의 업계에선 멤버와 계약을 종료한다 해도 '졸업'이라 하여 계정 폐쇄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을 받았다.
이 가운데 셀렌 타츠키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인플루언서 'D(가칭)'는 "사고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된 괴롭힘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한 것", "여러 프로젝트를 사비들 대거 들여 진행해 멤버 활동으로 번 수익이 사실상 없었다"고 발표하며 애니컬러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 제3자인 아티스트 'madi'가 X를 통해 "셀렌과의 협업 후 회사는 나에게 몇 달 동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나, 셀렌이 개인적으로 내게 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등 그녀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여럿 나타나 양자 간 진실 공방이 시작됐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애니컬러 측은 7일 "타츠키의 계약 종료는 회사 재무 상황에 미미한(negligible) 결과를 미칠 것"이란 내용의 회사 공식 IR(Investor Relations) 문서를 공개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버튜버와 팬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투자자들만 중요시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애니컬러의 IR 문서 발표 전후로 컴퓨터 제조사 하이트(HYTE)를 비롯한 머천다이징(MD) 분야 파트너사들이 "최근 애니컬러의 상황을 고려, 현재 진행 중인 버튜버 협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비즈니스적 문제까지 이어졌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애니컬러의 주가는 셀렌의 계약 해지가 발표된 다음날인 6일 시가 기준 3800엔에서 일주일 후인 13일 종가 기준 3195엔으로 15.9% 하락세를 보였다.
애니컬러는 13일 니지산지EN 멤버 복스 아쿠마·아이크 이브랜드·엘리라 펜도라 3인이 출연하는 입장 표명 방송을 진행한 데 이어 타즈미 리쿠 대표가 직접 방송하는 형태로 재차 진화에 나섰다.
리쿠 대표는 "셀렌의 계약 해지 문제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아 별도로 발표한 것으로 '미미하다'는 표현은 당사의 표현상 미흡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버튜버들의 계약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팬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EN 지부 멤버들의 3D 콘텐츠 부족, 멤버들의 정신적 피로감 호소 등의 문제에 관해서도 인력 확충, 대응 채널 구축 등으로 대응할 것을 약속하며 "이같은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