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한국 측 인사가 사실상 정 회장이 유일해 그의 역할론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21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러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국내 언론사 특파원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각)부터 이날 오전까지 마러라고 리조트에 지냈다.
정 회장은 마러라고 체류 기간 트럼프 당선인과 식사를 함께했고, 여러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게 정 회장의 전언이다.
다만, 그는 10∼15분 정도 나눈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정 회장은 자신이 한국 재계와 트럼프 당선인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무슨 자격으로…"라며 선을 그었다.
내년 1월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사절단을 꾸리면 그 일원으로 참석할 수 있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를 나눈 사실만 공개했을 뿐 내용을 감추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신은 기업인이고 이번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인적 친분에 따라 이뤄진 것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신중 모드'에도 외교 당국이나 재계에서 정 회장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두터운 친분을 가져온 국내 인사로는 정 회장이 가장 돋보이는 상황 인데다 국내 인사 중에서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난 이도 정 회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수년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깊은 교분을 쌓아왔고 이번 마러라고 방문도 그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