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 측이 주장한 ‘부정행위’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11일 이 회장의 항소심 공판 기일을 열고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배경과 목적 등에 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합병 발표 직후 부정적인 여론이 잇따르자 삼성 측이 이 회장 주도로 대응 전략을 수립했으며 대응 전략에는 부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계획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합병을 위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홍보,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 등과 관련해 각종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부정행위라는 건 범위가 너무 넓고 대법원 기준도 분명하지 않다. 원심이나 변호인이 다투는 부정성·불법성·악질성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내부 행정 규정을 위반한 행위까지 모두 개별 부정행위로 처벌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행위까지 모두 유죄를 주장하는 거라면 모든 혐의가 전부 그 문턱을 넘는다는 것을 종합변론에서 주장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양사 합병 당시 시세조종이 있었다는 검찰 주장에 “(시세조종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치를 통계에 의해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2월 1심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