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창시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7월 주도해 만든 암호화폐 '월드코인(WLD)'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 그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이제는 여러 국가에서 월드코인에 경고를 보내면서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샘 올트먼은 앞으로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게 되며 이때 수십억 명을 연결하는 거대 경제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월드코인이 인간과 AI를 홍채 인증으로 구분하고, AI의 활동으로 잃어버린 일자리를 블록체인을 통한 기본소득으로 보상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픈 AI CEO인 샘 올트먼과 앨릭스 블라니아가 공동 창업한 월드코인은 홍채 인식을 위한 하드웨어 '오브(Orb)' 그리고 실제 인간만 생성할 수 있는 계정 '월드 ID(World ID)'가 핵심이다. 오브라는 홍채 인식 기기를 통해 개인의 홍채 데이터를 수집한 후 블록체인에 연결하면 실제 사람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실제 사람으로 인식돼야 비로소 월드 ID가 생성되고 이 월드 ID로 암호화폐 지갑인 '월드 앱'을 만들고 월드코인(WLD)을 보관할 수 있다.
월드코인은 베타테스트 기간에만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이 월드 ID를 등록했다. 월드코인 재단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월드 ID를 생성한 이에게 월드코인(WLD)을 무상으로 지급해왔다. 현재 월드코인 재단은 세계 곳곳에 오브를 설치했으며, 향후 20개국 35개 이상의 도시에 오브를 배치하며 이용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오브를 1500개까지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우후죽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늘자 곳곳에서 월드코인에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하게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월드코인 재단이 속한 미국은 홍채 정보 대가로 월드코인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또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활동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월드코인 개발 소식이 전해지던 2021년 "생체 정보로 어떠한 것도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케냐 정부의 합동 특별조사위원회가 케냐에서 월드코인 사업을 정지할 것을 규제 당국에 권고했다. 지난달에는 홍콩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PCPD)가 월드코인 홍콩사무소 6개에 출입조사를 실시했다.
국내에서도 월드코인(WLD)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월드코인 등의 개인 정보(홍채 정보 등) 수집·처리에 대한 민원 신고 등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 정보 수집·처리 전반, 개인 정보의 국외 이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데이터보호국(AEPD)는 월드코인이 개인 정보 보호에 리스크가 있다며 6일(현지 시간) 최장 3개월간 활동 금지를 요청했다. AEPD는 월드코인이 수집하는 과정에서 정보 제공이 불충분하며 미성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 수집 동의 철회가 불가능한 점 등의 불만사항들을 내세워 개인 정보 수집과 이미 수집된 정보의 이용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월드코인은 "AEPD가 유럽연합(EU)의 법률을 우회한 대응을 취하고 있으며, 우리 기술에 대해 부정확하고 오해를 초래하는 불만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8일 기준 월드코인 웹사이트에 따르면 홍채 스캔 등록을 마친 사람의 수가 120개국에서 410만 명을 돌파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