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구조적 대변혁기에 진입하고 있다. 지정학 긴장 고조, AI 혁명의 가속화, 에너지 전환의 본격화라는 3대 메가 트렌드가 전례 없는 시장 변화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0일(현지 시각) 배런스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 회사인 블랙록은 앞서 8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전망했다. 두 금융사는 공통적현재의 시장 변화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대전환의 성격을 띠고 있어, 기존의 투자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전통적인 경기순환 관점에서 벗어나 테마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AI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권장하며, S&P500 시가총액 중 '매그니피센트 7'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 신용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3대 메가트렌드 시장 변화 초래
골드만삭스의 데니스 콜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세계 곳곳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시장이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 한국, 시리아의 정치적 불안정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에도 뉴욕증권거래소의 대형주 중심의 지수인 S&P500수는 올해 들어 27%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6000을 돌파했고, 전 세계 1400여 개 기업을 추종하는 iShares MSCI World 상장지수펀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블랙록의 장 보이빈 투자연구소장은 AI 관련 투자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8월 19일 발표된 IDC 최신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AI 지출은 2028년까지 63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생성형 AI 투자는 5년간 연평균 59.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보이빈 소장은 2030년까지 AI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산업혁명 시기의 자본 지출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세계 에너지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청정에너지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각각 45%, 37%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의 85%가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IEA는 신흥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연간 2조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블랙록은 전통적인 경기순환 관점에서 벗어나 테마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AI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권장하며, S&P500 시가총액 중 '매그니피센트 7'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 신용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트럼프 재집권이 3대 메가트렌드에 미칠 영향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은 3대 메가 트렌드 모두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지정학 측면에서는 대중 강경책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하면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구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기술 패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국 AI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중국 AI 기업들에 대한 제재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는 정책 기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화석연료 산업 지원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다만 민간 주도의 청정에너지 전환은 이미 되돌리기 힘든 흐름이 된 만큼, 정책 변화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보이빈 소장은 최근의 금리 인하를 전형적인 통화 완화 사이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재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6%에 이르고 으며, 정부 부채는 GDP의 122%에 이르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이 될 수 있다.
◇ 새로운 접근법 필요한 시점
이런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기존의 경기순환 모델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한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세 가지 메가트렌드에 대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AI 혁신 관련해서는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AI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술 보유 기업들의 투자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정학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미중 갈등 심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방국으로 공급망 확보체계를 이전하는 것) 정책 강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2차전지, 바이오, 첨단 소재 기업들의 투자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다.
셋째,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차세대 태양광 소재, 수소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기업들이 유망하다. 또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가속화로 2차전지 소재 및 리사이클링 기업들의 성장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성장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개별 산업이나 기업의 실적보다는 세 가지 메가트렌드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