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그룹이 전자기기 제조사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25년 만에 주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1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소니 주가는 장중 3398엔까지 치솟아 200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소니의 시가총액은 20조 엔(약 1310억 달러)을 넘어섰다. 이는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 이어 일본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소니의 주가 상승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11월 말 이후 주가는 12% 상승했으며, 이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이 최근 소니 지분을 늘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의 성공은 10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구조 개편의 결실이다. 1999년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던 전자사업 비중을 줄이고, 게임·음악·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2024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조3100억 엔으로 1999 회계연도의 6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전체 이익의 약 60%를 차지하며, 게임 부문은 7배, 음악은 5배, 영화는 2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소니의 경쟁력은 방대한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에 있다. 음악 카탈로그는 624만 곡으로 업계 최대 규모다. 2021년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크런치롤 인수로 애니메이션 사업도 강화했다.
미즈호증권은 2026 회계연도까지 게임 부문 이익이 40% 이상, 음악과 영화는 각각 20%와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는 제작부터 배급까지 수직계열화된 유일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0.3%로 넷플릭스(27%), 디즈니(17%)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넷플릭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소니는 성장 가속화를 위해 2027년 3월까지 3년간 1조8000억 엔을 인수와 자사주 매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출판사 가도카와 인수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현재의 주가는 중간 정류장에 불과하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성장으로 40% 이상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소니의 성공적인 사업 재편이 한국 전자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미디어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단순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IP 기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말했다. 소니가 10년에 걸쳐 이뤄낸 변화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니의 수익구조 변화다. 1999년 전자사업이 이익의 40%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게임·음악·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60%를 차지한다. 이는 수익성과 기업 가치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 기업들도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제언했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스마트싱스' 생태계나 LG전자의 콘텐츠 플랫폼 등이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콘텐츠 IP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다. 둘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너지 창출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M&A 전략이다.
다만 한계도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IP나 콘텐츠 기업 인수에 있어 일본에 비해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며 "독자적인 IP 개발과 육성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니의 성공 사례는 한국 전자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을 넘어 IP와 콘텐츠 기반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