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제조업 베트남·인도네시아로 이동, 자동화·로봇화로 노동 부족 대응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이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급격한 감소와 자동화 확대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수백만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창저우대학교·옌청사범대학교·허난대학교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12개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이 약 14%(400만 명)나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섬유산업 일자리는 40%나 줄어들었다. 더욱이 FT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추가로 34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소멸됐다. 이는 지난 12년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총 74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HSBC의 수석 아시아 경제학자인 프레데릭 노이만은 "중국은 최근 수십 년 동안 풍부한 노동력이라는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활용했고,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집약적 상품의 지배적인 제조업체가 되었다"며 "이제 그 게임이 끝났다"고 말했다.
◇ 중국 제조업의 위상 하락,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은 한때 세계 신발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 비중이 10%포인트나 감소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고든 핸슨 교수에 따르면 가정용 비품, 가구, 여행용 가방, 장난감 등을 포함한 10가지 노동집약적 제품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2013년 약 40%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32% 미만으로 하락했다. 2018년 미국이 도입한 관세는 이러한 하락 추세를 더욱 가속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을 '탈위험화'하고 있다. 아이폰에서 자동차 부품까지 중국 생산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최대 수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수출은 2019~2023년 각각 연평균 8.2%와 1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들 두 국가는 2011년 이후 총 10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추가했다.
광둥성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는 저우요우셩은 "10년 전에는 1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현재는 20명 미만"이라며 "이대로 계속한다면 미래는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화와 로봇화로 대응하는 중국, 고용 위기 심화
중국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쇠퇴에 맞서 자동화와 로봇화를 통한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세계 신규 산업용 로봇 설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로봇은 주로 전기/전자, 자동차, 금속/기계 부문에 집중돼 있다.
광둥성 판위에 위치한 국영 자동차 제조업체 GAC의 공장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동기화돼 53초마다 새로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의 약 1400명 직원 중 상당수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 공장의 엔지니어인 리샤오위는 "인력을 연간 10%씩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생산라인 기피로 적합한 직원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전 이노반스의 로봇 부문 사장 천구이슌은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신입 노동자들은 더럽고 힘들고 피곤한 일에 종사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며 "이에 따라 자동화와 로봇공학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시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 연령 인구는 2011년 9억 명 이상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금세기 중반까지 거의 4분의 1이 감소해 약 7억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사회적 불안정 우려 고조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농촌 이주 노동자 비율이 2010년 38%에서 2022년 27%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이주 노동자들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16~30세 연령층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홍콩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인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부문에서 452건의 시위가 기록됐다. 이는 공장 폐쇄, 이전, 임금 체불 등에 따른 것으로 거의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설립자 겸 전무이사인 한동팡은 "지난 2년 동안 더 많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전자제품과 의류 생산 분야에서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루벤과 스탠퍼드의 도리엔 에머스와 스콧 로젤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 노동 인구에서 교육받지 못한 노동자의 비율이 대부분의 상위 중소득 국가보다 높기 때문에 혼란 가능성이 높다"며 "업그레이드된 산업에서 너무 많은 비숙련 노동자가 밀려나면 임금이 정체되거나 하락해 수요가 줄어들고 성장이 저해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핸슨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주 마틴스빌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한때 '세계 운동복 셔츠의 수도'였던 이 도시는 제조업 일자리 상실로 현재 빈곤율이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핸슨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해결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첨단산업 육성만으로는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충격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