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디지털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디지털 서비스 이용은 급증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1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디지털 관련 서비스 무역적자는 6조 엔(약 390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2014년 약 2조 엔에서 10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넷플릭스, 구글 등 해외 디지털 서비스 이용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제산업성은 2030년 디지털 무역적자가 10조 엔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해 일본의 원유 수입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디지털 적자 심화는 일본 경제에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 서비스 이용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미즈호 은행의 다이스케 카라카마는 "일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디지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뒤처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본은 해외 투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전체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디지털 적자 확대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적자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 경제 백서는 "콘텐츠 산업 등 잠재 성장 분야의 수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 연구소의 나오키 니시카도는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말고, 신제품 개발, 판매 채널 확대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 기계 등 기존 강점 분야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력 부족에 직면한 의료, 요양, 관광 등의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품 개발, 요양 시설 관리 시스템 구축, 해외 시장 진출 등이 그 예다.
일본은 디지털 무역적자 심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