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증시 트럼프 트레이드가 급속 퇴조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를 상승세를 보였던 다우지수 은행주와 비트코인 달러환율 그리고 국채금리가 흔들리고 있다.
5일 뉴욕증시는 미국 대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빅 위크'의 첫 거래일 혼조 출발했다. 은행주가 많이 포함된 다우지수는 하락 반전해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구성종목으로 채택된 소식은 '대기 모드'를 굳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뉴욕ㅈ으사 3대 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 1일 일제히 상승 마감한 바 있다. 급격히 둔화된 10월 고용지표가 충격을 안겼으나 시장은 '깜짝 선물' 수준을 보인 아마존 실적을 발판 삼아 11월 첫 거래일을 반등세로 장식했었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이날, 비중 있는 경제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주요 기업들의 동향과 개별 실적을 살피며 대기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우지수 편입이 결정된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세다. 회계조작 혐의를 받는 슈마컴 SMCI와 내부자 거래 의혹의 아이온큐도 약세다. 엔비디아는 한때 칩 제조분야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을 대신해 오는 8일부터 다우지수 구성종목에 합류한다. 1999년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다우지수에 포함됐던 전통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후발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25년 만에 물러난다. 인텔 주가는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외에 150여년 역사의 페인트 전문 제조업체 셔윈 윌리엄스도 화학기업 다우를 대체할 새로운 블루칩 클럽 멤버로 채택됐다. 다우는 2019년 모기업 다우듀폰을 대신해 다우지수 구성종목에 이름을 올렸었다. 셔윈 윌리엄스 주가는 오름세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슈마컴)를 주목하고 있다. 슈마컴은 AI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잇단 악재에 시달리며 주가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4년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엔비디아만 상승세,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미국 대선은 참·거짓을 구분하기 힘든 대량 정보 속에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뒤 투표가 모두 종료되고도 지난 2020 대선 때 같은 개표 지연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미국 증시와 국채시장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언론들은 선거일이 오기도 전부터 "선거 당일 밤에 최종 승자가 확정·발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반복하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어느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는지에 따라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처럼 민주·공화 양당이 상·하원을 각각 나눠 차지하면 시장은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나 한 정당이 백악관부터 의회 상·하원까지를 모두 휩쓴다면 정부 지출 계획에 변화가 생기고 세제 개편이 이뤄지면서 시장도 어느 방향으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증시는 6일과 7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회의에서 연준 인사들이 금리 관련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1월에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96.2%, 빅컷(50bp 인하) 확률 3.8%로 반영됐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사라지고 빅컷 금리인하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유럽증시도 혼조세다. 영국 FTSE지수는 0.35% 상승했으나 독일 DAX지수는 0.24%,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07% 각각 밀렸다.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역대급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 전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개 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박빙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진행해 4일(현지시간) 공개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명)와 노스캐롤라이나주(선거인단 16명)에서 각각 49% 대 48%, 조지아주(선거인단 16명)에서 50% 대 49%, 애리조나주(선거인단 11명)에서 50% 대 48%로 각각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주(선거인단 15명)에서 50% 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섰다. 네바다주(선거인단 6명)와 위스콘신주(선거인단 10명)에서는 두 후보가 48%(네바다)와 49%(위스콘신)로 동률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7대 경합주의 투표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오차범위 ±1.3% 포인트)에서는 더힐-에머슨대 조사와 정반대로 해리스 부통령이 4승2무1패의 우위를 보였다.
NYT-시에나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1∼3% 포인트 차로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4% 포인트 우세했고,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오차범위 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PBS 뉴스,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가 공동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투표의향 유권자 1천2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오차범위 ±3.5%포인트)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51%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4%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트럼프 트레이드'의 위축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1375원대까지 내려왔다.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오전 9시~오후 3시반) 종가 1379.40원 대비 3.90원 내린 1,37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반적으로 트럼프 거래가 위축되는 흐름을 반영했다. 주말 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를 다시 초박빙으로 좁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외환시장에선 달러화 매도세가 강해졌다.
그간 달러화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꾸준히 오르던 터였다. 하지만 미국 대선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해리스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소식에 일부 투자자는 달러화 포지션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시장 마감 후 저녁과 야간 시장에선 달러화 가치가 일부 회복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마감가 기준 달러-원 환율 낙폭은 8.50원이었는데 낙폭 과대라는 인식이 달러화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