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투개표가 시작도 안 됐지만 벌써부터 선거 부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 패배를 대비한 보험용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트럼프가 우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오차 범위의 초박빙 우세여서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사기치다 걸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월 30일(현지시각) 자신이 직접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펜실베이니아주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가 속임수를 쓰고 있고, 이것이 걸렸다”면서 “(선거부정) 규모도 이례적으로 거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문자로 “당국에 부정을 보고하라”고 촉구하고 “법 집행당국은 지금 당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하루 전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 유세에서 랭카스터, 요크 등 일부 카운티에서 조작된 유권자 등록 신청서가 반려된 점을 이런 부정선거의 예로 들었다.
그는 “그들이 이미 랭카스터에서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은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2600 표를 잡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같은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현실을 오도한 것으로 보인다.
더 힐은 31일 지역 신문 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보도를 인용해 랭카스터 카운티가 지난 주 조작 가능성으로 인해 약 2500여 유권자 등록을 검토했지만 광범위한 부정이 저질러졌음을 시사하는 어떤 조짐도 없었다고 전했다. 조작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혐의가 벗겨졌다는 뜻이다.
요크데일리에 따르면 지난주 요크 카운티 조사에서도 제3자 단체가 보낸 유권자 등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으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조작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표결 전 ‘선거 승리’ 주장 되풀이하나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이후 여러 송사를 치렀다.
당시 공화당이 집권당이었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부정선거로 인해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표가 완료돼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승자를 발표하기 전 자신이 승리했다고 먼저 선언했다. 선관위가 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를 발표하자 이는 조작된 것이라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이든 승리가 확정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당연직 상원 의장인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에게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바이든 승리를 선언하지 말라고 압박했고, 공화당 주지사가 집권했던 조지아주에서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2021년 1월 6일에는 백악관 앞에 모여든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다시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연설을 해 의사당 폭동 사태를 부르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 선거 부정 주장은 혹시 선거에서 패배해도 이를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혼란을 불러일으킬 명분 쌓기라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패배했다고 시인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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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