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무서운 오름세를 타면서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수출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2016년에도 트럼프의 불확실성으로 강달러 현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내년 1분기까지는 단기적인 강달러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30일 금융권과 서울 외국환중개소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원·달러 환율은 1319.3원으로 마감했지만 한 달 새 60원 이상 뛰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덮치면서 환율은 1300원 후반대를 가까스로 지켜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1.5원 내린 1385.0원으로 출발했지만 아슬아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저에는 달러 강세가 깔려 있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에도 경기 상황은 ‘청신호’를 나타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9월 고용지표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 증가(비농업 일자리)로 호실적을 냈다.
또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해리스 후보를 앞지르면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강달러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276명)을 확보하면서 당선 확률 54%로 올라섰다.
트럼프 재집권 시 그의 공언에 따라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높은 관세 부과, 법인세 인하, 사회보장연금 소득세 폐지 등 대대적인 세제 개편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연스레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건이 약화되면서 달러화 가치도 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중동 리스크까지 얹혔다. 지난주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 군 시설을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로 매수 심리가 옮겨가게 됐다.
이 가운데 원화 약세는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에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져 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38개월 만에 0.25%p 낮춘 3.25%로 결정한 후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주도하던 수출 실적이 부진하면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예측 전망치(0.5%)에 크게 미달하는 0.1%를 기록한 것이 걸림돌이 됐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만 경기 부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강달러가 통화정책 결정 방향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됐다고 시인했다.
국정감사에서 미국 대선 이후 환율과 통화정책 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금통위는 미국 대선이 끝나고 약 3주 후인 11월 28일에 열리므로, 미국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남강·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까지는 단기적인 대선 여파의 강달러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