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국민 공모를 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하고 공개매수로 적어진 주식 유통 물량 늘려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카드 성격이 더 짙다고 보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1주당 67만원에 총 373만2650주를 유상증자한다. 이를 통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증자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방식을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가 아니라 주식 수(자본)만 증가하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지만, 늘어난 주식 수만큼 지분율이 떨어지고 주식 가치가 희석돼 떨어진다.
업계는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카드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먼저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려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을 낮춰 지분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영풍 측은 38.47%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는 2070만3283주에서 2443만5933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영풍 측 지분은 32.6%로, 최 회장 측은 35.4%에서 30%로 감소한다. 양측 지분 차이는 기존 3%포인트(p)에서 2.6% 줄어든다.
우호 지분을 늘릴 수도 있다. 고려아연은 모집하는 주식의 80%인 298만6120주는 일반공모, 나머지 20%인 74만6530주는 관련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기 설립한 조합)에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약 74만주는 전체 지분의 약 4%다. 영풍 측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최 회장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