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지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9일(현지 시각)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 대선이 끝난 뒤 승자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 메모에서 “우리가 ‘꼬리 위험(tail risk)’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대선 투표 결과가 선거 당일 또는 그 다음 날에도 나오지 않아 대선 결과가 금융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꼬리 위험’이란 발생 가능성이 작고 예측이 어렵지만, 현실화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다.
골드만삭스는 경합주에서 근소한 득표 차이로 승자를 가리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치러진 2020년 대선과 달리 이번에는 개표 작업이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2020년 대선 개표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투표 당일 개표가 시작되면 초기 집계 결과로 일본 도쿄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차로 볼 때 도쿄 금융시장이 개표 몇 시간 만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 뒤를 이어 영국 런던 금융시장이 움직일 것이나 뉴욕 금융시장은 투표 다음 날 오후까지는 안정을 찾게 된다고 이 은행이 강조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 개표가 2020년 대선 당시보다 더 빨리 끝날 것이나 경합주 득표 차이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알 수 있는 시점은 개표가 아니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경합주에서의 득표 차이에 따라 판명 날 것이라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대선 결과를 아는 데 긴 밤을 보내야 할 것이고,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두 후보가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여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가 나면 자동으로 재개표가 이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팬데믹 때 실시된 2020년 대선 당시와 달리 우편투표 비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 비율은 2018년 중간선거 당시에 26%였으나 2020년 대선에서는 43%에 이르렀다. 우편투표가 많을수록 개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2020년에 우편투표를 했던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 또는 현장 방문 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는 2020년 대선 당시 우편투표에 대한 사전 개표 준비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대부분 주에서 우편물을 선거일 이전에 미리 개봉해 개표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의 유권자는 약 1억6000만 명이다. 전날까지 사전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400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은 전체 50개 주(州) 가운데 47개 주에서 사전 투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전 투표는 우편투표와 사전 투표소 투표 형태로 나뉜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시작으로 우편 사전 투표가 시작됐고, 같은 달 20일부터 버지니아주를 포함해 3개 주에서 직접 투표소에서 하는 대면 사전 투표를 시작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