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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만 곁에 두는 지도자는 '시한폭탄'과 같다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 마음산책(111회)] 어리석음을 인정하면 슬기로워 진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7-04-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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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때는 거의 없었다. 필자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을 알면 많은 분들이 요즘 사태와 그 사태의 핵심 인물들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자주 받는다. 그리고 매스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자세하게 설명하는 컬럼을 자주 접하게 된다. “유사 이래...” 또는 “건국 이래” 등의 수식어가 붙는 사태와 인물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과 많은 자료가 필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만큼 요즘에는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거나 그 일들에 연루된 인물들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심리학의 전문 용어들도 일상 대화에서 자주 사용된다. 최근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에 하나가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기대에 맞는 정보만 수용

특정한 것만 관심 갖는 '확증편향'
당사자는 공평한 결정으로 믿어


살면서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확하고 합리적인 선택과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선입견을 갖지 않은 채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가장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놓고 판단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선택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수집한다. 즉,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자신이 기대하는 선택을 확증시켜줄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강한 기대를 갖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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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더 큰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렇게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보를 수집하려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스나이더(M. Snyder)와 스완(Swan)이 1978년에 이 편향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을 하였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처음 만나는 대학생들과 면담을 하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 중 반에게는 상대방이 외향적 성격인지를 알아보라고 말했고, 나머지 반에게는 상대방이 내성적 성격인지를 알아보라고 하였다. 상대방의 성격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에게 면담을 하기 전에 상대방이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26개의 질문들을 주면서 그 중에서 면담할 때 물어보고 싶은 질문 12개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이 연구에서 상대방이 외향적인지를 알아보려는 대학생들은 외향성 관련 질문들, 예를 들면 “파티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와 같은 문항들을 주로 골랐다. 반대로 내성적임을 알아보려는 실험참가자들은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려고 할 때 무엇이 제일 어려운가?”와 같은 내성적임을 확인하는 질문들을 선택했다. 이 질문들은 대상자들이 분명히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대상자들은 질문 받은 문항에만 대답했기 때문이고, 또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예”라고 대답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증편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인지적 요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먼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예상에 부합되는 현상 자체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인지처리 과정에서의 효율성 증가를 위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들 중 특정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심리학자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와 사이먼스(Daniel Simons)가 1977년 하버드 대학에서 너무나 유명한 ‘고릴라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유튜브에 ‘고릴라 실험’이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직접 실험에 참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결과를 알기 전에 지금 해보아야 이 실험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각각 팀을 이뤄 농구를 하는 11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며,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세도록 지시받았다. 그리고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등장하여 카메라를 보고 가슴을 친 후 사라지는 장면이 삽입되었다. 동영상이 끝난 후 고릴라를 보았는지의 여부를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패스하는 숫자를 정확히 맞추는 데만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농구경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조차 지각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완전한 결정을 할 수 없다
오류 인정해야 실수 되풀이 안해

국내의 한 언론매체에서 2011년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프로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재현하였다. 이날 주최 측에 문자를 보낸 사람은 총 580명이다. ‘고릴라를 못 봤다’는 사람이 315명(54.3%)에 달했다. ‘사람 말고 뭔가를 봤다’는 사람들(265명•45.7%) 중에서 고릴라라고 정확히 맞춘 사람은 205명, 개와 곰을 봤노라고 주장한 사람은 60명이었다. 패스 세는 데 주의가 쏠려 코앞에 있는 고릴라를 놓친 것이다. 하버드 실험에서도 “고릴라를 봤다”는 사람은 50%에 불과했다. 97년 미국과 2011년 한국에서의 실험결과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연구자들의 주장이 그대로 확인됐다.
이처럼 선택적 주의는 중요한 자극에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불필요한 자극은 무시하도록 함으로써 인지 처리에서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 이 현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파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록 조금 멀리 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두 연인은 귀신같이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는 귀에 안 들리고 연인의 목소리만은 또렷이 들을 수 있다. 즉, 연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오직 연인의 목소리에만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가사의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갓난아기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소리에도 단잠을 자지만 옆방의 아기가 작은 소리로 울어도 잠을 깬다. 이처럼 선택적 주의 현상은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은 담배는 폐암을 유발한다는 기사보다 담배는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기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확증편향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들만을 취합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은 거의 순식간에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당사자는 자신이 편견이나 사심 없이 공평하게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결정하게 된 여러 정보들을 나열한다. 그 정보에 근거하면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이란 이미 자신의 기대에 맞는 것만을 골라서 수집한 것이라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일단 확증편향에 의해 결론이 내려지면, 그 다음에는 자신의 가치관, 신념, 기대, 판단 등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배척하는 경향이 생긴다. 즉,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다른 증거를 가져다대도 그것은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과 달리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는 전문가들이 확증편향의 포로가 되기 쉽다.

사람들이 확증편향의 영향을 덜 받은 조건들도 연구되어 있다. 반대되는 가설을 가지고 있으면 확증편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반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는 도량을 키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예스맨’만을 곁에 두는 지도자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확증편향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예를 들면 함께 동업을 할 사람을 고를 경우에는 성공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선택을 할 때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자신의 사전 기대를 충족시켜줄 대답을 유도할 질문을 덜 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신(神)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완전한 선택이나 결정을 할 수 없다. 아마 효율성이라는 숙명을 짊어진 살아가야만 하는 ‘오류투성이’라는 것이 사람에 대한 더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에는 무한한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우주, 다른 하나는 인간의 무지”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고릴라 실험의 저자들이 경고한 대로 “우리 중 절반은 ‘고릴라를 보고도 못 봤다’고 우기는 존재”라고 겸손하게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비로소 인간은 고릴라를 뛰어넘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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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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