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 둔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정치적 논란을 피한 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각) “미 경제 약화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로 인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시장의 동요가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면허증이 됐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더 늦추면 진보 진영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한때 시장의 동요를 의식해 내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왔다. 그러나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아감에 따라 연준이 오는 9월 17, 18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이 오는 11월 5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대선 전 금리인하를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대선 전 금리인하에 반대한다며 연준과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이번 주초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내리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파월 의장이 아직 금리인하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5일 하와이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준이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데일리 총재는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data point)에 반응하지 않고, 데이터의 전체성을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7월에 실업률이 올라간 것은 일시적 해고가 많이 늘어났고,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것이 침체로 변할 정도로 둔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진보파 정치인들은 파월 의장에게 FOMC 긴급회의를 조속히 소집해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파월 의장이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6주를 기다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 금융시장에서 소용돌이가 발생하자 공화당 진영도 금리인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공화당의 케비 크레이머 상원의원(노스다코타)은 대선 전 금리인하에 반대했으나 이제 연준이 금리인하 허가증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지난 5일 급락했던 미국 뉴욕증시가 7일 이틀 연속 상승 시도에 나섰다가 약세로 마감했다. 미 재무부가 이날 420억 달러 규모로 시행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약화가 확인되면서 시장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채 가격은 이날 약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급등한 데 따른 반발 매도세가 이틀째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일단 어느 정도 반등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누그러지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이 미국 대선전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거나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가 급락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가 폭락 사태에 크게 고무됐었다. 트럼프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일자리 숫자는 참담하며 우리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2명의 지도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