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시장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로 미국과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쳤으나 미국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의적절한 통화정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가 지난 3년간 예상을 뛰어넘었다”면서 “고금리·고물가 사태 속에서도 회복력을 보였고,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많은 전문가의 예상은 아직은 잘못된 경고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7월 실업률 상승과 신규 고용 감소로 뉴욕 증시가 전날 곤두박질쳤으나 바로 그다음 날 반등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투자자들이 약하지만 참사 수준은 아닌 하나의 고용지표에 과잉 대응을 했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말했다”면서 “여러 경제지표를 종합해 보면 미국 경제의 토대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7월 실업률이 4.3%로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은 믿을 만한 침체의 징후로 볼 수 있고, 이는 노동시장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임은 틀림없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실업률이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으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이것들은 모두 숨길 수 없는 경기 침체 사인이지만,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위 ‘삼(Sahm)의 법칙’에 따른 경기 침체 정의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삼의 법칙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로디아 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값이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이를 경기 침체로 간주하는 것이다. 1950년 이후 있었던 11번의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맞았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2일 발표한 7월 실업률은 4.3%였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의 법칙을 적용하면 3개월 평균값이 12개월 최저치보다 0.53%p 상승하면서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됐다.
WSJ는 미국에서 경기 침체를 공식으로 판정하는 곳은 전미경제연구소(NBER)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통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NBER은 단순히 GDP 성장률로 경기 침체를 판정하면 경제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NBER은 2분기 연속 GDP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노동시장, 소비 지출, 산업 생산, 비농업 분야 소득 등 8가지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해 평가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위한 비상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몬 CEO는 7월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약했을 뿐, 끔찍하진 않았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가을에 한두 번 정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15%에서 25%로 올렸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주가지수도 이날 반등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주식시장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의 크로스애셋 전략 헤드 토머스 사로펙은 "우리가 현재 '시장의 바닥'을 구성하는 요인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의 20일 이동평균선의 기울기, 시장 포지셔닝과 심리 붕괴, 풋/콜 비율이 고점을 기록한 점, 변동성지수(VIX)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시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