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5세대 전투기 도입 난항…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
엔진 공통성·현지 생산 강점…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엔진 공통성·현지 생산 강점…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3일(현지시각) 디펜스 블로그, 유라시안 타임스 등 국방 전문 매체들은 인도 공군(IAF)이 4.5세대와 5세대 전투기 도입을 저울질하며 KF-21 보라매를 잠재 후보로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KF-21이 미래 성장 잠재력은 물론, 인도가 힘써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도 잘 맞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인도 공군은 주력 기종이던 미그-21(MiG-21)과 재규어(Jaguar)의 퇴역으로 심각한 편대(squadron) 부족 사태를 맞았다. 공군 편대 규모는 현재 29개로, 목표인 42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이 J-20과 J-35A 두 종류의 5세대 스텔스기를 운용하고, 숙적인 파키스탄이 2026년에서 2027년까지 중국산 J-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을 추진하면서 인도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거론되던 5세대기 도입은 최근 암초를 만났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미국 측에 F-35 전투기를 구매할 뜻이 없다고 전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시장 개방이 부족하다며 25%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인도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두 나라 관계가 나빠진 탓이다. 인도 공군에서 퇴역한 아닐 초프라 원수는 F-35 도입설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공식 정보요청(RFI)이나 협상이 없었으므로 애초에 실질적인 제안이 아니었다"고 낮게 평가했다.
남은 선택지인 러시아의 Su-57 또한 처지가 녹록지 않다. 러시아 국영무기수출기업 로소보론엑스포르트는 Su-30MKI 현지 생산 시설을 활용한 공동 생산이라는 '황금 거래(golden deal)'를 제안했지만, 인도 측은 회의적인 태도다. 과거 Su-57 공동 개발 사업(FGFA)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초프라 원수는 "Su-57은 스텔스 성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뺐던 것"이라며 성능에 뿌리 깊은 의문을 드러냈다.
◇ 5세대기 대안 부재…"4.5세대로 공백 메워야"
유력한 5세대 대안들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초프라 원수는 "미국은 과거 테하스 전투기용 GE-404 엔진 공급을 18개월이나 늦추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라며 "외국산 5세대기 도입을 잠시 멈추고, 자국산 5세대 전투기(AMCA)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MCA가 전력화되는 2035년까지 그 공백을 메우려면 검증된 4.5세대 전투기가 전력을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4.5세대 쌍발 다목적 전투기다. 능동 전자주사 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IRST) 장비 등 최첨단 항전 장비를 갖췄으며, 최고 속도 마하 1.8, 작전반경 약 2,778km, 무장 탑재량 최대 7.7톤의 성능을 낸다. 2026년 대한민국 공군에 첫 물량이 인도될 예정이다.
◇ 엔진 공통성·기술 이전…인도 '맞춤 해결책'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KF-21의 대당 가격은 8700만 달러(약 1209억 원)에서 1억1000만 달러(약 1528억 원) 선으로, 경쟁 기종인 라팔, Su-57, F-35에 비해 낮다.
KF-21이 인도의 요구에 맞춘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엔진 통합 같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 수출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완전한 스텔스 기능이 갖춰질 블록 III 단계까지 기다리기보다, 초기형인 블록 II부터 차례로 도입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계약은 앞으로 제시될 기술 제공 수준, 인도 현지 산업 기여도, 가격 협상, 무장 꾸러미 구성 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