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가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에너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발표대로 자원이 매장돼 있다면 공급 안정성 등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제 첫 단계인 '물리 탐사' 과정이 끝난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는 곳은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는 동해 심해 가스전으로 추정된다. 매장 자원은 가스(75%), 석유(25%)로 전망된다. 가스는 3억2000만~12억9000만t, 석유는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 규모다. 이는 석유가 최다 채굴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수입한 원유 도입량(9억3402만 배럴)의 약 5배 규모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정부 측 발표대로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공급 안정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가 석유를 100% 수입해서 쓰는 만큼 지정학적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국내 기름값이 폭등하는 등의 영향이 있지만, 자원이 실제로 발견될 경우 이 부분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업계는 아직 실질적으로 매장량 등이 나온 것이 없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물리 탐사 과정에서 나온 결과만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 하나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계획하고 이 계획을 투자로 옮기고 또 생산까지 이뤄내기 위해서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시추를 통해 석유가 채굴되더라도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이 중요하다"며 "시추가 가능한 지역이 얼마나 넓고 깊이 가능한 지를 봐야 하고, 또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시추 비용 등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가 수입 원유보다 비싸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시추공 1개당 드는 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정부는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을 계획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