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경기를 부추기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 금리(neutral rate)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도 향후 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며 초저금리 시대가 향후 몇 년 내에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각) 실질 중립 금리 상승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가 4%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투자자들이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현재 5.25~5.5%로 동결해 놓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고금리 장기화 사태 속에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이는 곧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실로 입증되면 연준이 중립 금리를 더 높여 잡아야 한다.
중립 금리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금리를 뜻한다. 연준은 지난 2022년 초부터 치솟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중립 금리보다 높게 금리 수준을 계속 끌어올렸다. 중립 금리가 올라가면 단기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도 금리 인하 조처가 늦춰진다. 이것이 곧 장기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와 회사채 이자율이 장기간 오르게 된다.
연준은 분기별로 중립 금리 예상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금리 중간값은 4.25%였으나 2019년에는 2.5%로 내려왔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2%를 빼면 R-Star로 불리는 실질 중립 금리는 0.5%가 된다. 지난해 6월에도 R-Star는 0.5%였다. 이 중립 금리 중간값에 변화가 없어도 일부 FOMC 위원들이 중립 금리 추정치를 올리고 있다.
올해 3월 R-Star는 0.6%로 올랐다. 올해 3월에 FOMC 위원 18명 중에서 9명이 중립 금리를 0.5% 이상으로 잡았다. 불과 2년 전까지는 0.5% 이상을 제시한 위원은 2명에 그쳤다. 지난해 6월 FOMC 회의 당시에 17명의 FOMC 위원 중에서 7명이 R-Star를 0.5% 이상으로 잡았고, 3명만이 이보다 낮은 선을 제시했다. 특히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장기 중립 금리 예상치를 2.5%에서 3%로 높여 잡았다.
뉴욕 연은은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환경이 급변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에 중립 금리 전망치 분석을 중단했다. 뉴욕 연은은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7~2009년에 중립 금리를 2~3.5%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이 금융위기를 벗어난 뒤에는 이를 1% 안팎으로 낮췄다. 지난 2020년 6월 뉴욕 연은이 마지막으로 제시했던 R-Star는 0.4%였다.
WSJ는 “R-Star가 올라가도 현재 기준금리가 모든 중립 금리 기준치보다 높기에 이것이 당장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연준이 현재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도 내려가지 않는다면 중립 금리가 올랐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준은 이때 현재의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제약적이지 않다고 여기고, 금리를 서둘러 내리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면 중립 금리 문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연준이 어느 속도와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기준금리가 5%대에 계속 머물러 있지는 않겠지만, 2.5%까지 지속해서 내려가는 게 정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연준이 3%대 또는 4%대에서 멈추는 게 편안하게 느껴질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이 팬데믹 이전의 초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으리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향후 몇 년 사이에 기준금리가 4%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