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전기차 화재…대안 '전고체 배터리' 갈 길 멀다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기차 화재가 자주 발생하면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낮은 전고체 배터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전기차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는 테슬라 모델X, 9일에는 세종시 소정면 인근에서 테슬라 모델Y에서 불이 났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북 영주시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불이나 운전자가 사망했다.
전기차에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집중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중국 업체가 만드는 LFP(리튬·철·인산)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특히 국내 전기차의 경우 NCM 배터리가 많이 쓰인다. 해당 배터리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것과 충전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높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낮은 안정성은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꼽는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적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폭발의 위험에서도 자유롭고, 또 고체 전해질은 0℃ 이하의 저온이나 60~100℃ 고온에서 액체 전해질보다 전도 성능이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을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를 지목했다. 외신은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때 리튬 이온 배터리는 성능 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며 "에너지 밀도가 높고 짧은 충전 시간 그리고 화재 위험이 적은 전고체 배터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삼성SDI와 SK온은 2027년과 2030년을 전고체 배터리 개발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허들이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라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김해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분석과학연구본부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안전하고 고용량이면서 수명이 긴 것은 장점이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데에는 여러 난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이온전도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전해질이 고체인 관계로 전극과 전해질의 밀착성이 떨어져 내부 저항이 증가해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도 상용화를 늦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박준우 한국전기연구원(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박사)은 "전고체 전지가 완전히 개발되더라도 가격적인 이슈가 존재한다"며 "개발 정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오는 2030년 시장에서 약 10% 내외 정도 시장 점유율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