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이 운영하는 앱 마켓에서 콘텐츠 제작자, 이용자에게 부당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내외 게임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국회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콘텐츠 제작자에 강요하거나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 또는 콘텐츠를 부당하게 삭제하는 등의 행위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가결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구글·애플이 콘텐츠 제작자에게 인앱 결제를 강요, 15~30%의 결제 수수료를 거둬가던 정책에 철퇴가 내려졌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양대 마켓 총 결재액은 약 1110억 달러(128조 원) 수준으로, 양사는 결제 수수료로만 한 해 최대 333억 달러(38조 5248억 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국내 IT 업계 역시 대부분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특히 '앱 마켓' 초창기부터 30%의 수수료를 내야했던 게임 사업자들은 더욱 이번 법안에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30%씩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뜯기던 상황이 개선돼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게임사들 입장에선 쌍수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앱 시장의 결제 수단이 다양화됐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두인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선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망을 구현하는 데 있어 큰 벽을 하나 넘은 셈"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법안이 무조건 순기능만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결제 수단의 다양화는 곧 외부 결제 업체의 난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모두가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안전한 결제수단을 마련할 역량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나 개인 사업자들은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앱 마켓 수수료 정책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게임 외신들도 이번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 전문지 PC게이머는 이번 법안 통과를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법정공방과 관련지어 "두 대기업의 진흙탕 싸움을 끝낼 계기를 한국에서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양대 마켓의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을 거부한 후 '포트나이트'가 양대 마켓에서 판매 중단되는 사건을 겪었고 이후 애플에 소송을 걸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이번 개정안 가결에 관해 "전 세계 모든 개발자들이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IT 전문지 '더 버지'는 "미국 의회에 지난달 관련 법안이 상정된 가운데 러시아, 호주 등에서도 앱 마켓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며 "이번 한국의 법안 통과가 글로벌 규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 전문지 '더 게이머'는 "한국은 지난달 '강제 셧다운제'를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 앱 마켓의 부당 행위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한국 비디오 게임 산업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