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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베이조스 ‘자산 절반’ 환수되나… 샌더스, 6450조 원 ‘부유세’ 승부수

미국 억만장자 938명 정조준, “서민 가구에 연 1760만 원 지급”
2028년 대선판 흔드는 ‘리트머스 시험지’… 민주당 내 ‘혁신 vs 분배’ 내분 조짐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 사진=로이터
왜 미국 정치권은 차기 대선을 2년이나 앞둔 지금, ‘억만장자 증세라는 해묵은 칼날을 다시 꺼내 들었을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미국 내 약 938명의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10년간 총 44000억 달러(6450조 원)를 징수하는 파격적인 법안을 발표하며 차기 대선 정국에 불을 지폈다.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 2(현지시각) 로 칸나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과 손잡고 초거부들의 자산을 사실상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의 '억만장자 공정 과세법(Make Billionaires Pay Their Fair Share Act)'을 공식 제안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현 의회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작지만, 오는 2028년 대선을 앞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진보성을 측정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3개의 숫자, ① 부유세 5%, 6451조 원, ③ 교사 연봉 8790만 원


샌더스 의원의 이번 법안은 미국 초거부들의 순자산에 매년 5%의 세금을 매기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44000억 달러의 재원은 철저하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재원 활용 방안을 보면 파격적이다. 법안 시행 첫해에 연 소득 15만 달러(21900만 원) 이하인 가구의 모든 구성원에게 1인당 3000달러(44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4인 가족 기준 12000달러(176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미국 전역 공립학교 교사의 최저 연봉을 6만 달러(8790만 원)로 보장하고, 700만 채 이상의 저렴한 주택 건설 및 보존에 예산을 투입한다. 아울러 현재 치과와 안과, 청력 검사 등이 제외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보장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샌더스 의원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8330억 달러(1221조 원)에서 7920억 달러(1160조 원)로 줄어들며, 420억 달러(61조 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50년간 하위 90%에서 상위 1%79조 달러(11경5830조 원)의 부가 재분배되었다""억만장자 계급은 더 이상 자신을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보지 않고 18세기 전제 군주처럼 군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저해” vs “불평등 해소… 민주당 내 우클릭논쟁 재점화

이번 법안은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로 칸나 의원은 이번 법안을 "불평등을 해결할 가장 야심 찬 전환적 입법"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당내 온건파의 반응은 싸늘하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억만장자 증세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달 "부유세는 혁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내쫓고 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등이 세금 부담을 피해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뉴섬 주지사의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빌드백베터수정안이 당내 중도파의 반대로 좌초되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월가에서는 민주당이 다시 왼쪽으로 치우칠 경우 비즈니스 우군을 잃고 공화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세 회피 막을 출국세카드… 실현 가능성은 안갯속


법안 설계자인 버클리 대학의 이매뉴얼 사에즈와 가브리엘 주크먼 교수는 세금 회피 가능성을 10%로 잡고도 충분한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외로 도피하려는 부자들을 막기 위해 강력한 출국세(Exit Tax)’를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산 가치 평가의 어려움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첫해 억만장자들의 부가 약 22% 급증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증세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면서도, 헌법 위배 소송 등 험난한 과정이 기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샌더스의 부유세 카드는 당장의 입법보다는 차기 대선 국면에서 '부의 재분배'를 선거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글로벌 자산 전쟁의 서막, 한국 경제에 던지는 3가지 질문


미국발 부유세 논쟁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를 넘어 글로벌 조세 체계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가 발표한 '2025 조세 정책 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부채 증가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이 조세 수입 확대를 꾀하면서 고자산가에 대한 표적 과세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샌더스 의원이 제시한 '출국세' 강화는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현대 경제에서 국가 간 조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과 같은 개방형 경제 국가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미국 내 대규모 사회 복지 예산 투입은 중산층의 소비력을 높여 한국의 대미 수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재가 조세 부담을 피해 이탈할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IT 기업과 반도체 공급망 체계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 대선 정국에서 부유세가 공식 의제로 채택될 경우, 이는 곧 글로벌 최저한세 논의와 맞물려 한국의 상속세 개편 및 증세 논의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샌더스의 제안은 2028년 미국 대선을 넘어, 전 세계가 부의 재분배와 혁신 동력 유지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묻는 거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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