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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민감국가 목록 올린 ‘기술보안’…원전·조선 ‘촉각’

정부, 민감국가 지정 철회 美 설득 나서
원자력 기술 유출 시도로 민감 가능성↑
군사협력 수혜 韓 조선사도 영향 예의 주시
2023년 11월 20일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특수선사업본부 작업장 안벽에 울산급 1배치-III 이지스 호위함 충남함(오른쪽)과 광개토대왕급 배치-II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시운전을 마친 후 나란히 정박해 있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1월 20일 울산광역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내 특수선사업본부 작업장 안벽에 울산급 1배치-III 이지스 호위함 충남함(오른쪽)과 광개토대왕급 배치-II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시운전을 마친 후 나란히 정박해 있다. 사진=HD현대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이유가 현지 연구소 보안규정 위반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전업계와 조선업계가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맹 등 외교관계는 영향이 없겠지만 보안에 민감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여지가 커졌다. 향후 협력이 본격화할 때를 대비해 한·미 당국 간 보안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외교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다음 달 15일부터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리스트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외교부는 외교정책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벌어진 보안 문제 때문에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민감국가 분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의 도급사 직원이 수출 통제에 해당하는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정보를 가지고 한국으로 가려다가 적발됐다.

민감국가 지정 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운 분야는 원전업계다. 미국이 원전 기술 유출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민감국가 지정 사실이 국내에 처음 알려졌을 때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벌인 지식재산권 분쟁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바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분쟁을 종결하고 세계 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시점이 1월 16일로, 민감국가 지정 시점과 겹쳤다. 다만 웨스팅하우스 분쟁과 별개로 기술 유출 시도가 드러나면서 부담은 여전하다.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을 노리는 조선업계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미 조선업 협력 범위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에서 군함 건조로 넓어지면 미 함정과 관련한 보안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미 함정을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소에서도 건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케빈 매카시 전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미국 현행법상 선박 건조는 자국에서만 가능하지만,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도 수리·건조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 등을 활용해 양국이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다면 미 함정 건조 사업을 맡았을 때 절차가 복잡해지겠지만, 한국이 미 군함 건조를 맡길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점에서 해결 방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군사 기밀을 비롯한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군함 완성체를 만들어 전 세계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군함의 경우 군사 기밀을 이유로 핵심 부분까지 맡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기밀 취급을 비롯한 보안 문제에 관해 협상할 필요가 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단순 선체 건조만 맡으면 부가가치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며 “미 의회에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한국 조선사들이 함정과 함포, 전자장비까지 직접 조립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미 당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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