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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슈퍼 수주데이]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글로벌 함정시장 겨냥 행보

팔란티어와 방산협력 논의
미 해사 찾아 한미동맹 강조
한미 조선업 협력 준비 '착착'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7일(현지 시각)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과 만남을 갖고 미래 해양 분야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7일(현지 시각)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과 만남을 갖고 미래 해양 분야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HD현대

국내 조선업계가 확실히 훈풍을 타고 있다. 17일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국내외에서 수조원대 대형 수주 계약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슈퍼 수주 데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K조선의 러브콜 확대로 확실한 성장 사이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단순 기대치에 그치지 않은 셈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올해 수주 목표는 물론이고 역대급 실적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편집자 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신경전에 나선 상황에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함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향한 행보를 강화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AI 방산기업 팔란티어를 만나고, 미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캐나다 해군 고위 장성들이 HD현대 사업장을 찾았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중국의 해양 패권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견제하는 상황에서 향후 동맹국들과 방산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조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다져온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 사무실을 찾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HD현대와 팔란티어 간 방산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논의 내용은 AI 조선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다. 양사는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아울러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테네브리스는 경하중량 14톤(t), 전장 17m 규모의 고성능 선체와 고도화된 AI를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2026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네브리스에는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어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미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미 해군의 ‘미래 꿈나무’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미 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HD현대가 이지스구축함 5척을 건조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조선·해양 분야 혁신의 원동력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희생으로 맺어져 수십 년 동안 강화돼 왔고, 단순한 군사적 파트너십을 넘어 글로벌 안보의 한 축이 됐다”며 “도전 과제가 진화함에 따라 우리의 협력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D현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에 ‘조선업 러브콜’을 보내기 전부터 한미동맹에 기반한 조선업 협력을 준비해왔다. 지난해에는 토마스 앤더슨 미 해군 소장과 윌리엄 그린 소장 등 함정 사업을 담당하는 미 해군 고위 인사들이 HD현대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GRC)를 방문했다. 이때는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건조까지 동맹국 조선사에 맡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다.

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이 대미 행보에 힘을 실은 이유는 미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함정 건조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향후 30년간 300척 넘는 함정을 새로 건조해야 하지만 조선업 기반이 약해 조선 기술이 우수한 동맹국을 찾아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언급한 한국 조선사들이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을 맡을 국가로 유력하다.
향후 정 수석부회장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함께 원 팀 수주 전략 아래에서 글로벌 함정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나갈 전망이다. 특히 해상패권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한국 조선사들에게 전례없는 기회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양사가 글로벌 함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해왔지만, 앞으로는 손을 잡아야 다른 나라 해군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조선업 SOS를 보내는데다 캐나다도 잠수함을 건조할 조선사를 찾고 있고,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반발로 방산을 자체적으로 키우려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 등 외교안보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방산 시장 면에서 중요한 한국의 협상 지렛대(레버리지)와 사업 기회를 잃지 않으려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 ‘원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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