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총력대응 의사 밝혔지만 구체적 대응책 無…반도체특별법마저 4개월째 표류 중
이재용·최태원 회장, 샘 올트먼 CEO 만나 협력 타진…관세부과 대응해 고객사 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 시각) 반도체 산업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권과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그나마 힘이 될 반도체특별법마저 제정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의 재계 총수들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만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글로벌 첨단 산업의 키를 쥐고 있는 유력 경영자들과 직접 만나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이재용·최태원 회장, 샘 올트먼 CEO 만나 협력 타진…관세부과 대응해 고객사 확보
4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국내 20대 그룹 총수 혹은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한다. 이 자리에서 경제사절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국내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 2위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기업 위상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접 보조금이 빠진 반도체특별법은 4개월째 국회를 표류 중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과 관련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팀을 꾸려 24시간 가동으로 대응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
상황이 이렇게 흘라가자 기업들이 앞다퉈 나서 주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빅테크들과 직접적인 교섭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고효율 AI를 선보이면서 미국 AI 업계에 위기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방한해 이날 국내 대표 기업들과 회동한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만나 AI기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트먼 CEO가 만난 국내 총수가 최 SK 회장과 이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점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업계가 예상하는 향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가능성은 두 가지 정도다. 첫째는 10~25%, 최대 100%까지의 관세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HBM과 D램에 부과되는 것이다. 둘째 시나리오는 미국 현지 빅테크 기업들과 주변국들의 반발에 밀려 관세 정책이 보류될 가능성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두고 이를 한 달간 전격 유예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 시나리오 중 둘째에 해당하는 사례다.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보복 관세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적극적인 대응에 트럼프 정부가 한발 양보한 셈이다.
이 같은 전략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 된 상태에서 국내 정치권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치 전문가는 "100% 관세 등 강도 높은 조치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현실적인 10~25%의 관세를 제시하는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 협상전략"이라면서 "이번에도 이 같은 전략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