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로부터 HBM 공급받고 양사와 AI서비스 협력 가능성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유치 위한 행보로도 풀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했다. 오픈AI가 딥시크에 맞서 추진 중인 자체 AI 전용기기와 AI칩에 사용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협력이 성사될 경우 삼성과 SK그룹은 오픈AI의 AI 서비스를 도입하고 오픈AI는 양사의 HBM을 공급받는 '윈-윈' 관계가 성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투자 유치 위한 행보로도 풀이
4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최 회장을 만난 후 취재진들에 “HBM, 데이터센터 등 아주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협력을 논의했다”면서 “그(최 회장)는 아주 나이스 가이였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이 동석한 점을 고려하면 올트먼 CEO는 오픈AI가 계획 중인 AI 전용 기기에 사용될 HBM 공급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HBM은 AI기기 구성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기업인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SK그룹도 오픈AI의 챗GPT를 AI 서비스에 도입할 가능성도 높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인 에이닷을 스마트폰에서 제공하고 있다. 챗GPT와 결합할 경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어 한층 진보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 회장과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도 만났다. 손 회장이 만남에 참여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50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에서 추진 중인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이 합작사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주 운용사로 참가한다. 하지만 올트먼 CEO는 "이재용 회장에게 투자를 요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고 잠재적 협업 논의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와 AI기술 협력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HBM을 보유 중인 만큼 HBM을 공급받고 삼성전자의 TV나 가전제품에 AI기술을 협력하는 식이다. 다만 이미 삼성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의 제미나이를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SK그룹만큼 협력 폭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올트먼 CEO가 방한해 AI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배경에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불러일으킨 위기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AI를 선보임으로써 미국 AI기업들에 충격을 안겨줬다.
올트먼 CEO는 전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에 대해 "새롭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오픈AI에는 이전부터 이 수준의 모델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모델을 계속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