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런던금속거래소서 30% 급등...내년 관세 우려에 미국으로 50만 톤 유입
2026년 전 세계 45만 톤 공급 부족 전망...가격 1만2000달러 유지해야 신규 투자 유도
2026년 전 세계 45만 톤 공급 부족 전망...가격 1만2000달러 유지해야 신규 투자 유도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구리가 미국 비축 증가와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톤당 1만1705달러(약 1720만 원) 기록을 세운 뒤 이날 오전 상하이 시각 오전 12시 3분 기준 톤당 1만1639.50달러(약 1710만 원)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0% 넘게 상승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관세 예상에 비축 쇄도... 재고 급감
이번 구리 가격 급등은 미국의 수입 관세 예상에 따른 선제 비축이 촉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통상확대법 232조에 근거해 구리 수입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한 뒤, 오는 8월 1일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으로 유입된 구리가 50만 톤 넘게 증가했다. 월평균 7만 톤 수준이던 수입량이 급증하며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 재고가 20만 톤으로 늘어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LME 재고는 60% 넘게 감소해 10만 톤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비축 현상이 글로벌 공급망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시행 이후 미국 재고가 고갈되면 COMEX와 LME 간 가격 격차가 톤당 5000달러(약 730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COMEX 가격은 지난 7월 관세 발표 당일 하루 만에 13% 급등하며 파운드당 5.69달러까지 치솟았다. 1968년 이후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대 기록이다.
네덜란드 ING은행 원자재 전략가 에바 맨시는 "미국 비축이 일시적으로 시장 완충 역할을 하겠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며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 구리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45만 톤 공급 부족... 신규 채굴 투자 절실
중국 중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 정제 구리 공급이 45만 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오충 애널리스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비축이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내년 평균 가격이 톤당 1만2000달러(약 1760만 원) 이상 유지돼야 신규 채굴 투자를 끌어들여 중장기 공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티그룹은 지난 6일 구리 가격 강세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 모멘텀을 더했다. 시장에서는 구리가 전기차와 에너지 전환에 핵심 소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1대 생산에는 평균 6080㎏ 구리가 필요한데, 이는 내연기관차(약 20㎏)보다 34배 많은 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가 공급을 30%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신규 광산 개발에는 평균 23~32년이 소요되면서 공급 증가가 더딘 탓이다.
중국 무역 호조도 가격 상승 뒷받침
중국의 무역 통계 호조도 구리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예상치를 웃돌며 무역 흑자가 연간 1조 달러(약 1469조 원)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을 경고한다. 삭소뱅크 원자재 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미국 달러 강세와 높은 금리가 구리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LME에서 아연은 0.2% 올랐지만, 주석은 0.6% 내렸다. 시장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과 중국 경기 부양책 향방이 향후 구리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