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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2030년 670조 '메모리 슈퍼사이클' 온다…삼성·SK하이닉스, AI·데이터센터 업고 '40% 독주' 예고

글로벌 메모리 시장 연평균 12.5% 폭풍 성장…2022년 1785억 달러서 8년 만에 2.5배 퀀텀 점프
삼성전자 22.8%·SK하이닉스 18.4% 점유율로 '반도체 코리아' 위상 재확인…HBM4·DDR5 등 고부가가치 칩이 성장 엔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에 힘입어 2030년 4559억 달러(약 670조 원) 규모의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칩 기술력을 앞세워 합산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에 힘입어 2030년 4559억 달러(약 670조 원) 규모의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칩 기술력을 앞세워 합산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고도화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이 같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차세대 고성능 칩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단순한 용량 경쟁을 넘어선 기술 초격차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M 인텔리전스(DataM Intelligenc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메모리 칩 시장 규모는 2022년 1785억 달러(약 263조 원)에서 오는 2030년 4559억 달러(약 672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2.5%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다.

AI·데이터센터·자율주행…메모리 수요의 '삼각파도'


이번 시장 폭발의 진원지는 단연 AI와 데이터센터다. 보고서는 자동차 전장(Electronics), 소비자용 기기, 산업용 시스템 전반에 걸쳐 고성능 메모리와 스토리지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빗발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스마트폰과 PC가 메모리 시장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 학습을 위한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와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차세대 커넥티드 카(Connected Vehicles)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서버'로 진화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고 디지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도체 메모리가 필수 불가결한 핵심 부품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산업계가 더 많이 연결되고 자동화된 데이터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됨에 따라, 첨단 메모리 칩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메모리 섹터의 지속 가능한 장기 성장을 담보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코리아'의 압도적 지배력…삼성·SK 합산 41.2%


주목할 점은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사실이다. 보고서가 추산한 주요 기업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약 22.8%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낸드(NAND)와 D램(DRAM) 생산 능력에서의 우위는 물론, 고성능 컴퓨팅(HPC) 컴포넌트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약 18.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함께 강력한 '코리아 메모리 듀오' 체제를 구축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발맞춘 강력한 D램·낸드 포트폴리오와 첨단 미세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두 한국 기업의 점유율 합계는 41.2%에 달해,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산 반도체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약 16.1%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며 한국 기업들을 추격 중이다. 마이크론은 AI에 최적화된 D램 기술과 자동차·산업용 애플리케이션 확장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어 일본의 키옥시아(10.7%)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9.8%)이 낸드플래시와 SSD 시장을 중심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25년 메모리 기술의 대전환기…중국의 맹추격과 기술 격전


보고서는 올 한 해(2025년)를 메모리 기술의 '대전환기'로 기록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매달 굵직한 기술적 성과를 쏟아내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 6월, 한국의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은 차세대 'HBM4' 설계를 전격 공개하며 기술 초격차를 증명했다. 더 높은 대역폭과 개선된 열 효율성을 갖춘 이 칩은 고도화된 생성형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움직임도 뚜렷했다. 지난 8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이니셔티브에 발맞춰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자립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과 일본 역시 특화 시장을 공략했다. 유럽 클라우드 공급업체들은 9월부터 대규모 AI 추론을 위해 CXL(Compute Express Link) 기반의 메모리 풀링 기술을 서버에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독일 자동차 업계는 10월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에 고내구성 MRAM(자기저항메모리) 채택을 본격화했다. 일본은 7월 엣지 AI 기기에 최적화된 저전력 LPDDR6 기술을 개발하며 모바일 시장을 공략했다.

아태지역, 생산 허브이자 최대 시장…북미는 '큰손'


지역별 시장 분석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북미 지역의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강력한 가전제품 제조 기반과 5G 기기 투자, 반도체 제조 시설(Fab) 집적도에 힘입어 가장 큰 시장 점유율(32%)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전자제품 수출 강세와 확장되는 이커머스 네트워크가 이 지역의 리더십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북미 지역은 데이터센터와 AI 워크로드라는 거대한 전방 산업의 수요에 힘입어 38%라는 높은 시장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은 아시아에서, 소비는 북미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를 반영한다.

결국 2030년 670조 원 규모로 성장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쥘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한 해 보여준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향후 5년 뒤에도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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