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등 자국산 칩, 엔비디아보다 전력 30~50% 더 소모…"돈으로 효율 격차 메운다"
2026년 자국산 AI 칩 비중 50% 목표…"태양광·전기차 성공 모델 재현"
2026년 자국산 AI 칩 비중 50% 목표…"태양광·전기차 성공 모델 재현"
이미지 확대보기中, AI 데이터 센터에 '파격' 전력 보조금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주요 테크 기업들의 엔비디아 H20 등 고급 AI 칩 구매를 금지했다.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 칩이나 캠브리콘(寒武纪科技, Cambricon Technologies)의 MLU 칩 등 자국산 대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중국산 칩이 동일 연산 처리에 엔비디아 H20 대비 약 30~50%가량 전력을 더 소모해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고 토로한다.
이에 데이터 센터가 밀집한 간쑤성, 구이저우성, 내몽골 자치구 등은 전기 요금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파격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 자국산 칩 사용 시설에만 혜택이 주어지며, 엔비디아 하드웨어를 운용하는 곳은 원칙에서 제외했다.
IT전문 매체 퍼드질라는 "일부 보조금은 데이터 센터의 1년 치 전력 비용을 거의 전액 충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지방 정부 단위의 'AI 인프라 집적형 산업 벨트' 형성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전기 요금은 기존에도 연안 대비 30%가량 저렴했지만, 보조금 적용 시 킬로와트시(kWh)당 약 0.4위안(0.056달러)까지 낮아진다. 이 요금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미국 평균(9.1센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낮은 효율성에도 자국 기술을 장려하는 상징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칩 성능' 한계, '시스템 통합'으로 돌파
화웨이는 칩 자체의 성능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시스템 통합 최적화' 전략을 채택했다. "공간, 대역폭, 에너지를 투입해 연산력을 맞춘다"는 슬로건 아래, 어센드 910C 칩을 기반으로 12개의 서버 캐비닛과 4개의 네트워크 스위치로 구축된 '클라우드매트릭스 384' 슈퍼노드 시스템이 대표 사례다. 칩 단위 성능보다 '시스템 스케일 확장(Scale-up architecture)'으로 대응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 시스템은 이미 안후이성, 내몽골, 구이저우성 등의 데이터 센터에 배치해 운영 중이며, 칩 수준의 성능 한계를 대규모 시스템 통합으로 극복하려는 화웨이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중 지원'에 속도 내는 AI 굴기
기관지 인민일보 또한 2025년 10월, 컴퓨팅, 학습, '컴퓨팅 바우처' 지급 등을 포함하는 전국 '데이터 산업 지원 정책' 요약본을 발표하며 에너지 비용 보조와 자국산 컴퓨팅 보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국산 칩 사용 인센티브'와 '전력비 감면'이라는 이중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분석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엔비디아 제재 이후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 AI 개발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확보된 여력은 모델 학습과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창출해 자국 칩 개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도 동참…'AI 굴기' 전방위 확산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각각 자체 AI 칩인 '평토(Pingtou)'와 '쿤룬(Kunlun)'의 테스트와 대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또한 자체 AI 훈련용 칩 파운드리 발주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전력 보조금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화웨이 하이실리콘은 '3년 내 연산 능력을 해마다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캠브리콘의 주가가 급등했다.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 메타엑스(MetaX), 인플레임(Enflame) 등 칩 스타트업들도 AI R&D 자금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2026년 자국산 칩 비중 50%" 전망
크립토랭크는 중국의 이번 보조금 접근법이 과거 태양광, 통신, 전기차(EV) 산업을 글로벌 리더로 키워낸 성공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레스터 리서치 분석가들은 "많은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비용과 성능의 균형을 위해 여전히 자국산과 외산 칩을 혼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번스타인 리서치는 2026년까지 중국에서 사용되는 AI 칩의 자국산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비중이 17%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안보 우려를 내세워 기업들에 정부 및 공공 데이터 프로젝트에서 엔비디아의 RTX Pro 6000D, H20 칩 사용을 피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는 물론 TSMC 등 미국·대만이 중심인 공급망에서 독립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칩 성능으로 당장 엔비디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 막대한 보조금과 저렴한 전력 비용, 그리고 대규모 물량 공세를 통해 격차를 좁히겠다는 '정책형 산업 전략'이 노골화하고 있다.
물론 고질병인 전력 효율 문제(30~50% 높은 소비량)와 엔비디아 쿠다(CUDA)와 같은 최적 생태계의 부재, 보조금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
중국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수입 대체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정책과 반도체 산업을 결합해 '데이터 주권에 기반한 AI 국가'로 나아가려는 복합 산업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