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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YMTC, '100% 반도체 국산화' 승부수…美 제재 속 자립공정 첫발

3단계 팹에 29억 달러 투입…월 10만장 양산 목표
"ASML 대체가 최대 난제"…안정적 양산까진 3~5년
YMTC의 '100% 반도체 국산화'는 미국 제재 속에서 자립 공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3단계 팹에 29억 달러를 투입하여 월 10만 장 양산을 목표로 하지만, ASML 대체가 최대 난제로 꼽히며 안정적인 양산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YMTC이미지 확대보기
YMTC의 '100% 반도체 국산화'는 미국 제재 속에서 자립 공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3단계 팹에 29억 달러를 투입하여 월 10만 장 양산을 목표로 하지만, ASML 대체가 최대 난제로 꼽히며 안정적인 양산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YMTC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완전한 반도체 자립'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나선다. 207억 2000만 위안(약 29억 1000만 달러)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3단계 팹(Phase III fab)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투자는 우한 프로젝트에 직접 출자한다. YMTC가 50.2%, 후베이성 국유기업이 49.8%의 지분을 갖는 공동 출자 형태다. 시장 소식통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공정 장비 전체를 중국산으로 채우는 '100% 국산화' 달성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시도다.

YMTC의 이번 행보는 격화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장비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수출 규제 속에서,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통제 가능한 공급망을 자체 구축해 완전한 산업 자립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YMTC 경영진은 그간 "제한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국산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그 시급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YMTC의 이 같은 전략은 나우라 테크놀로지(Naura Technology), AMEC, 피오텍(Piotech) 등 중국 내 주요 장비 공급업체들에는 막대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제한 조치는 네덜란드 ASML,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같은 핵심 장비 공급사들의 중국 내 반입을 사실상 봉쇄했다. YMTC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당초 월 10만 장의 웨이퍼 생산을 목표로 설계한 2단계 팹은, 장비 수급난 탓에 실제 생산량이 월 4만~5만 장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궁지에 몰린 YMTC는 생존을 위해 중국 내 공급업체들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 첫걸음이 바로 100% 중국산 장비로만 구성한 파일럿 라인의 가동이다. 디지타임스는 앞서 이 국산화 라인이 중국의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탈(脫)미국화'를 이루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보도한 바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YMTC는 리소그래피(노광), 식각, 증착, 세정 등 반도체 핵심 공정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국 협력업체들과의 기술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이번에 신설하는 3단계 팹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월 10만 장에 육박하는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팹이 본격 가동하면 YMTC의 총생산 능력은 기존 팹을 더해 월 30만 장 수준에 이를 수 있다. YMTC는 이를 통해 2025년 말까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8%(월 13만 장)를 달성하고, 2026년 말에는 최대 15%(월 15만 장)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중국 전체 낸드 수요의 30%를 담당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 분석가들은 YMTC의 공격적인 증설이 글로벌 낸드 플래시(NAND flash) 시장에서 동사의 기술적 위상과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의 벽 부딪힌 '반도체 굴기'…"ASML 대체가 최대 난제"

하지만 YMTC의 '100% 국산 장비' 목표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력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분석가들은 우선 중국산 장비가 수율, 비용 효율성, 그리고 장기적인 신뢰성 측면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초기 생산 단계에서 심각한 수율 저하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며,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공정 미세 조정(튜닝) 작업이 필요하리란 분석이다.

기술적 격차도 명확하다. 중국 기업들이 식각 및 박막 증착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지만,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주도하는 고층 적층(270~294층) 기술과 수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첨단 3D 낸드(3D NAND) 제조에 필수적인 초정밀·광대역 노광기(ASML 등)를 대체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완전한 국산화라는 비전이 중대한 기술적, 상업적 장벽에 부딪혀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YMTC가 2025년 말에 첫 '완전 국산' 파일럿 라인을 성공적으로 가동시킨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경쟁력 있는 수율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대량 생산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자립 성공'시 시장 재편…"실패 위험도 상당"


국산 장비 도입이 점진적으로 진전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YMTC가 글로벌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기존의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공격적인 가격 책정 및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산 장비 라인의 안정적 양산이 확인된다면, 글로벌 가격 및 시장 구조 변화까지 유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수율 개선, 생산 비용 관리, 국제적 신뢰도 확보, 지속 가능한 가격 모델 수립이라는 핵심 허들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

YMTC의 3단계 팹 프로젝트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추진에 중대한 진전임이 분명하다. 다만 업계는 초기 국산 장비 라인이 시험적 의미가 강하며, 실제 대량 양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파일럿 라인의 실험적 성공을 월 10만 장 규모의 대량 생산으로 확장하는 과정은, 국산화 목표를 실현하기까지 상상 이상의 기술적, 상업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만약 YMTC가 이 도전에 성공한다면,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자립도 확대는 물론 미국 중심의 기술 패권 구조에도 중장기적인 도전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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