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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빌 게이츠·워런 버핏 기부 시대 저문다…여성 초고액 기부자들 ‘새 판’ 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왼쪽)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왼쪽)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로이터

글로벌 억만장자 250여명이 서약한 6000억 달러(약 874조2000억 원) 규모의 기부가 시험대에 오르면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시대가 저물고 여성 초고액 기부자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포춘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게이츠와 ‘투자의 전설’로 불려온 워런 버핏은 존 D. 록펠러와 앤드루 카네기처럼 한 시대를 대표한 자선가로 평가돼왔다. 아울러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초고액 부자들이 서약한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는 최소 6000억 달러(약 874조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포춘에 따르면 흐름이 최근들어 바뀌고 있다.

게이츠는 올해 자신의 재단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오는 2045년까지 2000억 달러(약 291조40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개인 재산 약 1000억 달러(약 145조7000억 원)를 더해 내놓을 계획도 내놨다. 아미르 파식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자선학 스쿨 학장은 “그의 뒤를 누가 이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미 하원은 지난 5월 자산 50억 달러(약 7조2850억 원) 이상 규모의 재단에 10% 세금을 부과하는 예산조정안을 통과시켰다. 포춘은 게이츠, 소로스, 포드 재단처럼 규모가 큰 재단들이 특히 부담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선 전문가 캐슬린 맥카시는 “재단이 사실상 강제로 수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스콧의 ‘제한 없는 직접 기부’ 확산


전문가들은 기부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성 부호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결별하면서 막대한 위자료를 받은 매켄지 스콧은 최근 몇 달 동안 흑인 명문대(HBCU)와 각종 사회단체에 2억 달러(약 2915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역사적 흑인대학인 하워드대학교는 스콧이 8000만 달러(약 1165억6000만 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학의 개교 158년 역사에서 최대 규모 중 하나다.
스콧은 지난 9월에는 흑인 학생 장학을 지원하는 UNCF에 7000만 달러(약 1019억9000만 원)를 냈다. 지난달에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재난자선센터(CDP)에 6000만 달러(약 874억2000만 원)를 전달했다.

스콧의 방식은 재단이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구조가 아니라 비영리단체에 제한 없이 바로 지원하는 형태란 점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보고 의무나 기금 운영 조건도 없다. 자선개혁 연구자인 벨라 드반은 “빌 게이츠의 기술적 접근법과 대비되는 도덕적 중심축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스콧은 자신의 자선조직인 ‘일드 기빙(Yield Giving)’을 통해 지금까지 2450여개 단체에 192억5000만 달러(약 28조4725억 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초고액 기부자들이 대형 재단보다 이러한 직접 기부나 자선형 LLC(유한책임회사)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빌 게이츠와 이혼한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도 자선형 LLC 확산을 이끌 유력 인물 중 하나로 거론됐다.

◇ 여성 초고액 기부자들의 약진
포춘은 지난해에만 새로운 억만장자 200명 이상이 생겨났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거액을 움직이는 여성 기부자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포춘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만든 틀 위에서 새 방식의 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 거부들의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초대형 자선 생태계는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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