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 사고는 1937년 5월 6일 일어났다. 승객 36명과 승무원 61명을 태우고 대서양 횡단비행에 나선 힌덴부르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네덜란드와 영국 상공을 거쳐 미국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으로 향했다. 미국 뉴욕 상공을 지나 오후 6시쯤 목적지인 뉴저지의 레이크허스트 기지에 이르러 착륙을 시도하는 중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과 승무원 22명 그리고 지상 근무요원 1명 등 모두 36명이 사망했다. 독일 체펠린사가 1931년부터 1936년까지 장장 5년에 걸쳐 설계·제작한 비행선이다. 정식 명칭은 LZ 129다.
이미지 확대보기힌덴부르크 비행선은 길이 245m로 당시로는 최대 규모였다. 히틀러의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꼬리 날개에 나치 깃발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비행선의 내부에는 고급 식당과 라운지, 도서실, 산책용 통로가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까지 갖춘 인류 역사상 최고의 초호화 비행선이었다. 1936년 3월 4일 첫 시험 비행을 시작했다.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을 때 점령지 상공을 비행하며 나치를 선전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그 후 모두 65회를 비행했다. 당시로서는 초장거리였던 대서양 횡단비행 횟수만 35회를 기록했다.
그 잘나가는 힌덴부르크가 대체 왜 폭발했는지는 지금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착륙 도중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선체를 지지하는 철선이 끊어졌고, 그때 탱크에 균열이 생겨 거기에서 새어 나온 기체에 정전기에 의한 스파크가 더해져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주장에서부터 꼬리 날개에 그려진 거대한 나치 깃발 때문에 반나치주의자들이 폭탄을 설치했다는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설이 나돌았다. 그중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비행선에 폭발력이 강한 수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행선에는 비활성체인 헬륨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당시 힌덴부르크호는 잘 폭발하는 수소를 채우고 있었다. 여기에는 무역전쟁이라는 아픈 상처가 있다. 그즈음 독일을 지배하던 나치가 라인강 연안의 도시 루르를 강제 합병한 일이 있었다. 여기에 미국이 수출 금지라는 경제 보복으로 맞선다. 비행선의 핵심 소재인 헬륨도 수출 금지 품목으로 묶어버렸다. 헬륨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던 나치 독일은 헬륨 대신 수소를 채워 그 부력으로 비행선을 운항했다. 그 수소가 착륙 과정에서 폭발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힌덴부르크호의 폭발은 나치즘과 국수주의 그리고 보호무역주의의 경제 전쟁이 뒤엉켜 야기된 비극이었다.
힌덴부르크라는 비행선의 이름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에서 따왔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제국 육군 참모총장으로 전쟁을 지휘하며 국민 전쟁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전역 후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바이마르공화국 제2대 국가 대통령이다. 임기 초반 높은 국정 지지도를 바탕으로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를 안정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 덕에 재선에도 성공해 국가 대통령직을 연임했다.
두 번째 임기 중 전제 군주제인 옛 독일 제국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빠져 권위주의적 보수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좌파 사회주의자들과 중도 자유주의자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시절 나치당을 도왔다. 나치당의 아돌프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한 이가 바로 힌덴부르크였다. 나치 독일 탄생의 최대 공로자인 것이다. 그 인연으로 총통 히틀러가 군림한 나치 독일 시기의 라이히스마르크 동전에 힌덴부르크 얼굴을 새겨넣기도 했다. 나치의 파워를 상징하는 비행선의 이름을 힌덴부르크로 명명한 것도 그 인연의 연장선이다.
이 사고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힌덴부르크가 대형 참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뉴욕증시에서는 잘나가다가 한순간에 이유도 모르게 폭망하는 것을 '힌덴부르크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의 수학자 짐 미에카에는 여러 기술 지표들을 토대로 뉴욕증시의 대폭락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힌덴부르크 예고 지표를 만들어냈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를 ‘힌덴부르크 오멘(Hindenburg Omen)’이라고 부른다.
짐 미에카에가 제시한 힌덴부르크 오멘의 5가지 기준은 △뉴욕 주식시장에서 하루에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를 찍은 종목 수가 당일 거래 종목의 2.2% 이상 △52주 고가와 저가 종목 중 종목 수가 적은 쪽이 69종목 이상 △다우지수의 10주 이동평균선 상승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인 ‘매켈란 오실레이터’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때 △52주 최고가 종목 수가 52주 최저가 종목 수의 2배 미만으로 줄어들 때 등이다. 이 기술적 분석 방식은 1987년 블랙 먼데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와중에 워런 버핏이 자사주 매입을 중단해 주목을 끌고 있다. 투자의 구루 즉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주가 부진에도 자사주를 전혀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NBC 보도와 버크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자사주 매입을 실행하지 않았다. 3분기 말 현금보유액은 3817억 달러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버크셔는 현금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 후 소각만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버핏의 투자 전략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중단 및 현금 비축을 미국 뉴욕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면서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겠지만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AI는 산업적 버블(industrial bubble) 상태”라고 진단했다. 힌덴부르크 오멘 지수도 이미 여러 차례 거품 붕괴의 신호를 나타낸 바 있다. 요즘 잘나가는 AI 관련주들은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에서도 2000년 닷컴버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번 AI 붐은 과거 닷컴버블과 달리 확대 팽창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힌덴부르크 오멘이 항상 맞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있다. AI 거품론 속에 힌덴부르크 오멘이 정말로 발작을 일으킨다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여름에 난로를 준비하고 또 겨울에는 부채를 미리 챙기는 하로동선(夏爐冬扇)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겸 주필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