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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전자·라디언, 11개월 끌어온 'SSD 특허 분쟁' 전격 합의

美 라디언, ZNS 기술 특허 침해 주장…'NPE식' 공방 주목
美 법무부 '특허권자 지지' 이례적 개입…판매금지 공방 끝 합의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삼성전자가 미국 라디언 메모리 시스템즈(Radian Memory Systems LLC)와 11개월간 벌여온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전격 합의로 종결했다. 양측은 지난 11월 5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마샬 디비전)에 '원칙적 합의(settlement in principle)' 공동 통지서를 제출, 2024년 12월 시작된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게 됐다.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의 논평 요청에 양측 법률 대리인들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예비금지 철회 이후에도 본안이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일정 범위의 라이선스 또는 사업상 협력 조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ZNS 기술·표준화 정책 충돌…'NPE'식 소송 논란


이번 분쟁은 데이터센터용 SSD 관리 기술인 'Cooperative Flash Management(CFM)' 및 'Zoned Namespaces(ZNS)' 관련 특허를 보유한 라디언 측이 2024년 12월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라디언은 자사 기술이 SSD와 호스트 소프트웨어 간 경계를 허무는 혁신 기술임에도, 업계 표준 기구인 NVMe 컨소시엄의 사실상 무상 라이선스 정책 때문에 정당한 수익 모델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표준화에 협력하지 않자 업계가 자사 기술을 표준과 제품에 무단 반영,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 합의는 라디언 측이 지난 7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했던 미국 내 '특허 침해 SSD 예비 판매 금지(preliminary injunction)' 신청을 자진 철회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졌다.

앞서 라디언은 2025년 5월 예비금지명령을 신청하며 법적 공방을 격화시켰다. 당시 라디언은 미국특허 11,544,183호 및 11,347,656호 등 ZNS 관련 핵심 특허를 침해했다며, '회복할 수 없는 손해(irreparable harm)'를 1789년 영국 칸슬러리 법원(衡平法 법원)의 전통에 기초해 입증 가능하다는 전례 없는 법리를 전개했다.

연방대법원의 '이베이(eBay) 판결' 이후 특허권자의 금지명령 획득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지속적 침해 자체가 손해배상으로 치유 불가능하다는 역사 논거를 다시 꺼내든 시도였다.

특히 2025년 6월 말, 미국 법무부(DOJ)와 특허상표청(USPTO)이 라디언의 예비금지명령 신청을 지지하는 성명을 법원에 제출하며 무게를 실었다. 이들은 "기술 개척자의 시장 기회 및 지위 상실" 등 회복 불가능한 손해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삼성 측은 라디언이 실물 제품을 대규모로 판매하지 않는 '특허 비실시 엔티티(NPE)' 성격이 강하므로 금전 배상으로 충분히 구제가 가능하며, '이베이 판결' 이후 확립된 금지명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던 중 라디언은 2025년 7월, 고강도의 예비금지명령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이후 본안 소송은 계속되다가 11월 5일 양측의 '원칙적 합의' 통지로 이어졌다.

美 법무부 '이례적 개입'…'eBay 판결' 이후 파장 주목


이번 사건은 '이베이 판결' 이후 비실시 특허권자(NPE)의 금지명령 획득 가능성과 관련해 DOJ·USPTO가 이례적으로 특허권자의 손을 들어주는 태도를 보여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18세기 형평법 전통을 재해석하려는 라디언 측의 시도 역시 법조계의 관심사였다.

한편, NVMe와 같은 민간 표준기구의 로열티 정책이 특허권자의 수익화를 제약하는 구조상 문제와, 비참여 기업의 기술이 '사실상 표준'에 흡수되는 갈등 양상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양측이 '원칙적 합의'를 통지한 만큼, 법원은 앞으로 합의서 제출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사건을 최종 종결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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