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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전방위 투자 나서

美 공급망 교란 위험 9개 광물, 8개 중국 의존…카자흐스탄 등과 '자원 동맹' 구축 총력
2011년 7월 16일 중국 내몽골의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바얀 오보 광산에서 광산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1년 7월 16일 중국 내몽골의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바얀 오보 광산에서 광산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외교 정책의 거의 모든 측면—대중 무역 전쟁,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심지어 그린란드 합병 추진까지—의 중심에 핵심 광물을 놓고 중국에 대한 희토류 공급 의존도를 끊으려 전 세계를 상대로 사활을 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악시오스의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 광물 공급에서 중국에 결정적으로 묶인 처지이며, 시진핑 주석은 이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의지를 보여왔다. 이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이징과 1년짜리 무역 휴전에 서명하려 애쓴 이유이며, 대체 공급원을 찾으려 전 세계를 샅샅이 뒤지는 까닭이다.

'핵심 광물'이 외교의 가장 강력한 통화로 부상


미국은 전투기에서 풍력 터빈에 이르는 모든 것을 만드는 데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 세계 거의 모든 희토류 생산은 중국을 거쳐 공급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베이징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거래를 마무리하는 선택지 외에 다른 방안이 없었다.

시 주석은 최근 제한 조치를 1년 동안 중단하는 데 동의했지만, 이전의 휴전이 예정보다 일찍 깨진 적이 있었다. 희토류를 둘러싼 교착 상태는 백악관 내부의 커다란 불안을 일으켰으며, 전 세계 광물 탐색 임무를 더욱 빠르게 밀어붙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국장은 "광물은 이제 외교 정책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형태의 통화가 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순방 중 시 주석을 만나기 전에도 이미 핵심 광물 관련 협정 3건에 서명했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5개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담했다.

최근 72시간 동안에만 미국 행정부는 희토류 관련 신생 기업 2곳에 1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고, 풍부한 광물을 보유하며 최근 대규모 희토류 발견을 알린 카자흐스탄과 핵심 광물 거래를 공개했다. 희토류는 아르헨티나와 채무 교환 논의, 우크라이나와 평화 협상,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일본을 비롯한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나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워싱턴 D.C.에서 그를 찾아왔을 때도 의제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도 이 북극 영토의 막대한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는 열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마륨·텅스텐' 등 8대 핵심 광물 중국 의존 심화


희토류는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전기차, 첨단 무기,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17가지 원소를 통틀어 말한다. 특히 사마륨은 강력한 영구자석인 사마륨-코발트 자석의 재료로 국방 분야에 매우 중요하다. 텅스텐을 비롯해 코발트, 리튬, 흑연 등 광범위한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은 에너지 전환과 첨단 기술 발전에 필수적이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이 소수 국가에 집중된 특징을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망 교란이 미국 경제에 가장 해로울 9가지 광물 가운데 8가지는 중국이 유일하거나 지배적인 공급원이다. 이 목록의 맨 위에는 제트기와 미사일에 쓰는 자석의 핵심 요소인 사마륨이 있다. 다른 희토류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채굴에서 분리, 자석 제조에 이르는 공급망 모든 측면을 장악한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의 주 주주가 되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동맹과 손잡고 희토류 처리와 자석 생산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깨뜨리려 노력하고 있다. 바스카란 국장은 그러한 진전이 최근까지 "예상할 수 없던 일"이기는 하지만, "1년 안에 미국이 자급자족 수준에 근접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4일 러시아가 희토류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유럽연합(EU)도 공급 중단을 막으려 베이징과 협상 중이다. 미국이 중국 의존 상태에 머무르는 한 시 주석은 핵심 광물 카드를 계속 쓸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의존을 깨뜨리려 할 수 있는 모든 지렛대를 계속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 장기적인 '자원 안보' 경쟁으로


시장에서는 미국이 희토류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흑연 등 광물에서도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가속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과 남미 국가들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늘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보고 있다.

월가에서도 중국이 핵심 광물을 전략적으로 무기화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의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 노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핵심 광물을 둘러싼 자원 안보 경쟁은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며, 앞으로도 국제 경제와 외교의 핵심 이슈로 남을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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