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의 부유층이 싱가포르의 이민·거주권 심사 강화로 가족사무소 설립과 거주 이전지를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옮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자산관리 전문가들과 국제 은행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1년간 두바이 이전을 문의하는 중국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글로벌 자산승계·가족자문을 맡고 있는 마이크 탄은 “중국 고객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장기 거주권 취득과 생활 안정성”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10년 거주를 허용하는 ‘골든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UAE 정부는 지난 2022년 약 8만건의 골든 비자를 발급해 전년의 4만7000건보다 발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내의 가족 관련 법인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00곳으로 지난해 말 800곳, 2023년 600곳에서 계속 증가했다.
국적별 세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상당수가 중국 부유층이라고 보고 있다. 두바이 현지의 자산관리사들은 “중국어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부족할 정도로 중국 고객 유입이 빠르다”고 말했다.
FT는 특히 순자산 5000만달러(약 729억원)에서 2억달러(약 2916억원) 수준의 중견 자산가들의 이동이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본토나 홍콩에서 사업 압박을 받고 있거나 자산을 재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부동산을 처분해 UAE 자산으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여전히 아시아의 대표적 자산 허브지만 이민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싱가포르 이민·출입국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3만3000명의 영주권, 2만1300명의 시민권을 승인하고 있지만 신청자 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현지 이민 컨설턴트들은 승인률이 8% 수준까지 떨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중국 푸젠성 출신 조직원들과 연계된 대규모 자금세탁 사건이 발생해 심사가 더욱 엄격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암호화폐 업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무허가 거래소 단속을 강화하며 규제를 조이고 있으며 두바이는 암호화폐 규제 전담기구를 통해 지금까지 39개 기업에 정식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현지 자산운용사들은 “중국계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중동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FT는 “가족사무소 수와 자산 규모는 여전히 싱가포르가 월등하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가족사무소는 지난해 2000곳을 넘어섰다. 업계는 “건전성 심사를 강화한 결과 실제 자산관리 활동 없이 ‘상징성’만 가진 가족사무소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