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해리스 후보 지지층 사이에서 '선거 우울증'이 확산되는 한편,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적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2020년 선거 불복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임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고 있다. 이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충격적인 패배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선거법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11월 5일 하루 만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경합 주에서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데다, 우편투표 집계 지연과 법적 이의제기 등으로 최종 승자 확정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캠프가 여러 주에서 제기한 소송으로 결과 확정이 지연된 바 있다.
이에, 진보 진영의 위기 대응 움직임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2017년 여성 행진을 주도했던 활동가들은 선거 전 주말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200명 이상이 참여한 '여성 안전팀을 위한 대규모 교육' 화상회의가 개최되었으며, '피플 파워 유나이티드'와 같은 단체들은 격주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어 트럼프의 정책 의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 양측에서 대응 태세가 갖춰지고 있다. 민주당은 각 주의 법무장관들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팀을 구성 중이며, 공화당도 수백 명의 선거 감시인단과 법률팀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의 연구단체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는 민주당 주지사들과 법무장관들을 중심으로 한 법적·제도적 대응망 구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화당의 견제 전략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번 위기감이 2016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트럼프라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면, 이제는 그의 4년 재임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우려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트럼프가 공언한 '정적들에 대한 보복'과 보수적 정책 의제 '프로젝트 2025' 추진 가능성은 진보 진영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 문제와 이민 정책 등에서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하며 중도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일부 온건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수사가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 결과 불복 시나리오도 구체화되고 있다. 양측 모두 패배 시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어, 2000년 부시-고어 대선처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경합 주에서 우편투표 유효성을 둘러싼 소송전이 예상되며, 이는 최종 결과 확정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미국 내 문제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국의 동맹국에게도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승리 시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진보 단체들의 대규모 저항 운동도 예고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선거 결과 불복과 법적 분쟁 장기화는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질서에도 심각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선거 당일 승자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의 법적 분쟁과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글로벌 질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